◎페만 화약고 “터질 듯 말 듯”/6·25후 최대 화력·월남전후 최대병력 집결/미,회담일자 융통성… 평화해결 한가닥 기대유엔의 대 이라크무력사용 시한인 15일을 열흘 남짓 앞두고 페르시아만의 위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전 이후 최대의 화력,월남전 이후 최대 규모의 병력이 밀집한 페만에는 해를 넘기면서도 「최후의 해결수단」인 전쟁을 향해 쌍방의 병력이 속속 증강되고 있다.<도표참조>도표참조>
이라크는 자국이 강점중인 쿠웨이트에서 철수하라는 국제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접경지대에 60개 사단을 집중배치시켜 미국의 침공에 만반의 대비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라크는 공습에 대비한 주민소개훈련을 거듭하는 한편 징집연령을 18세에서 17세로 낮춰 예비역을 포함한 병력수는 개전초의 거의 두배 가량인 1백85만 명으로 증강시켰다.
반면 미국은 현재 32만5천명의 미군을 페만 일원에 배치시켰으며 2차 증강계획이 끝나는 이달 중순께는 43만 명의 전선배치를 끝내게 된다. 또 현재 이 지역에서 작전 중인 사라토가호 등 3척의 항모 외에 함재기 60여대 씩을 적재한 시어도어·루스벨트호 등 2척의 항모를 발진시켜 화력을 보다 강화시켰으며 7천5백명의 해병상륙대를 실은 13척의 기동상륙전단이 이에 가세하게 돼 15일께에는 전대미문의 가공할 병력이 페만 일대에서 총부리를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 미 주도의 다국적군에 개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독일·이탈리아·벨기에 등 3국으로 이뤄진 42대의 전투기파견을 승인함으로써 나토사상 첫 집단군사개입의 선례를 세웠다.
이처럼 개전불사의 전의를 다지고 있는 쌍방이 하나의 레일위에서 서로를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페만전의 발발가능성은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그러나 페만전이 과연 터질 것인가는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다.
조지·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1일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종전의 입장을 재천명하면서도 15일 이후 미국이 어떤 행동에 돌입할 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월께나 미군의 공격배치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는 노만·슈와츠코프 미 사우디 주둔군 사령관은 2일 워싱턴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미군이 채택할 수 있는 전략은 「지연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슈와츠코프 사령관은 15일 이후 미군이 지속적인 개전신호를 보냄으로써 이라크군이 최고의 경계태세에 돌입하고 이로써 열악한 보급상태에 있는 이라크군을 소진시켜 철수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드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이 15일 이후 즉각적인 군사행동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그 사이 어느 한쪽의 실수나 우발적인 충돌에 의해서도 페만사태는 전면전으로 확전될 소지가 충분히있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대재앙」을 예방하기 위한 막바지 외교적 노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미국측이 제시한 후세인과 베이커 국무장관과의 최종 면담일자는 3일로 지나 갔지만 미국은 회담일자에 대해 아직도 융통성을 보임으로써 평화적 해결에 대한 한가닥 기대를 가능케 하고 있다.
말린·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베이커의 중동파견을 고려하고 있다』며 그가 6일 중동으로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의 우방국을 순방할 베이커 국무장관은 이라크측의 동의를 받는 즉시 바그다드로 향해 후세인과 사태해결을 위한 담판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특사가 바그다드를 방문했으며 유럽공동체(EC)는 4일 긴급외무장관회담을 개최,페만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최후의 노력을 펼친다. EC의 대 이라크 접촉이 미국이 주도하는 전반적인 외교공세의 테두리 내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겐셔 독일 외무장관이 최근 『이라크의 철수 후 페만의 안정문제가 검토돼야 한다』고 밝혀 이번 회담이 페만위기의 향방을 가름지을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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