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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부터 제대로 치르자(신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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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부터 제대로 치르자(신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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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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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0년은 화려한 실적을 올린 북방외교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고전한 내치에서의 실점을 만회해준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올 91년은 그나마도 어렵게 될지 모른다. 나라 밖으로는 전방위외교를 본격화시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 같고,나라 안으로는 정권의 후반기 현상이 여러 모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3월달에 치를 지방의회선거부터 만만치가 않다. 이 혁명적 변혁의 장래를 아무도 낙관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장래 낙관만 못해

재정형편,행정사정 등 여건이 뒤따르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기본적으로 지방분권시대에 대한 경험과 지혜의 축적도 없는 데다가 지방이 「홀로서기」에 필요한 체질과 사고도 준비해두지 못했기 때문에 나라 전체가 막연하게 시행착오를 걱정하면서 선거를 맞게 된 형편이기 때문이다.

현실정치와 연결되면서 생기는 후유증이나 부작용도 큰 문제다. 이미 지방의회선거의 선거비용이 13대 국회의원선거비를 뺨칠 조짐이라니,잘못하면 사상최대의 금품선거,타락선거를 겪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공천을 둘러싸고 여당은 계파간에 줄다리기가 치열해질 것이고,야당은 돈과 관련된 잡음에서 헤어나지 못할 듯하다.

노태우 대통령이 돈이 안 드는 지자제선거의 복안이 있다고 했고,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비서실장이 국무총리서리가 됐으니만큼,공명선거의 속셈이 궁금하다. 어떻든 지자제선거운동을 노 대통령 이후를 겨냥한 대권향방과 연결시켜 전초전처럼 보고 있는 것이 상식처럼 돼 있기 때문에 선거체제가 양김구도의 틀로 가느냐,아니면 다른 형식이 모색되는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선거가 무사하게 치러진다 해도 고비는 남아 있다. 비호남지역에서 평민당이 세를 얻지 못하고 호남지역에서 민자당이 전멸하는 극한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앞으로의 정국구도 개편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비용 큰 문제

지자제 열풍은 경제불안을 가속화시킬 악재로 꼽히고 있다.

5조에서 7조원으로 추산되는 선거비용이 풀려나가면 물가를 잡기 어렵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이미 기정사실화돼 있다. 여기에 페만사태로 다시 유가가 오르고,공공요금이 추가인상되는 것을 계산해보면 한자리 수로 물가인상을 억제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제일 듯하다.

3월 이후 경제사정이 더욱 나빠져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저성장,고물가,국제수지적자 확대의 한 해가 될 것이 우려된다.

물가상승세와 관련해 지난 2년간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노사분쟁도 임금인상 문제를 놓고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사회분야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이번 개각에서 내무,법무장관을 유임시켜 「범죄와의 전쟁」을 계속할 의지를 과시했으나,그 정도의 대비만으로 레임덕 현상에 비례해 공권력이 약화되는 흐름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역시 91년 최대의 관심사는 노재봉 내각이 몰고올 바람이다. 노 내각은 그 동안 김영삼 대표위원과의 관계에서 양보를 해올 수밖에 없었던 수세의 노 대통령이 일거에 입장을 반전시키기 위한 「회심의 역작」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친위·돌격내각이라 할 수 없을 듯하다. 오랫동안의 구상과 준비 끝에 나온 이 정치공학적인 개각은 따라서 여러 가지의 정치복선을 복합적으로 깔고 있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치적 위기에서 강한 김영삼 대표가 특유의 대응책으로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냐 여부가 주목되며,여권의 권력투쟁이 첨예화되면 그 여파가 야당에게도 연결될 것이고 이는 곧 세대교체 문제,정계개편 문제 등 뜨거운 이슈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보아진다.

나라 밖 사정도 간단치가 않다. 한소 수교,한중 접근 등 상황의 변화로 기존 미·일 중심의 외교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탈냉전시대의 대미 외교는 예기치 않은 진통과 마주쳐 수정기에 이미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소 수교가 정부에게는 역사적인 북방외교의 성과로,재계에게는 새로운 판로의 개척으로 평가될 수 있을지 모르나 국민의 심정은 기대보다는 우려 쪽에 기울어져 있다. 지금 나라형편에 몇십억 달러를 대소 투자에 부어 넣어도 괜찮겠느냐는 불안과 소련 정정의 불안정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한소경협은 두 나라의 준비가 크게 미흡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생필품의 공급과 이에 필요한 투자를 요구하는 소련의 실정이 하나의 압력으로 작용,앞으로 1∼2년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가시적 효과를 올려야 할 형편인만큼 우려의 시각을 무시하기도 힘들다.

○한미 관계 재조정

적성국인 소련과의 관계개선에 들떠 있는 사이 우리는 최대의 우방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통상마찰을 통해 깊어진 냉기류는 노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의 친서를 받는 단계를 거쳐 개각에서 통상관계장관을 서둘러 경질하는 등 회복의 노력을 펴기 시작했으나,일단 금이간 밀월관계는 상당기간의 복원기간을 필요로 할 것 같다. 한미 관계는 금년 봄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의 방한을 고비로 정상화의 궤도를 되찾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가이후(해부준수) 일본 수상의 연초 방한을 계기로 한소 수교에 관해 일본측과 견해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며,노 대통령이 TV에 나와 전망한 것처럼 올해 안에 중국과의 수교가 가능하도록 교섭을 진행해갈 것이다.

남북회담은 국제정치학자 출신으로 보다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노 총리서리가 수석대표가 되었고 북방외교의 총지휘자였던 최호중 외무장관이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으로 임명된만큼 어느 때보다도 팀웍이 잘 짜여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일부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남북문제는 획기적인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남한의 정권교체기를 혼란의 공백기로 보고 대화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는 등 변수가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도 역할 분담

90년에 이어 변혁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국민의 불만과 불안도 비례해 점증하고 있다. 그러나 변혁은 정부 혼자 대처하기에는 힘들고 벅찬 과제이다. 국민이 맡아야 할 역할분담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틀은 올해 안에 결판이 난다.

지자제에서 저질의 정치꾼 과정상배를 몰아내는 선거혁명을 일으키는 일부터 해내야 한다. 돈에 팔리지 않는 주권행사를 제대로 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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