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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원 아버지에 영광을”/서울대 수석 한확군 목포 덕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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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원 아버지에 영광을”/서울대 수석 한확군 목포 덕인고

입력
1990.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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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40만원 수입 7식구 생활/325점… 컴퓨터공학과 지원/서울서 방 얻을 걱정이 앞서『뜻하지 않은 수석을 차지하게 돼 기쁩니다. 이 영광을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선생님께 드리겠습니다』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지원,4백85·7점만점에 4백70.7점(학력고사 3백25점)을 얻어 전체수석을 차지한 한확군(16·전남목포 덕인고3)은 생각보다 시험을 잘 못본 것 같아 수석은 생각도 못 했다며 기뻐했다.

세차장에서 일하는 아버지 한태조씨(46)와 어머니 정규자씨(44) 사이의 1남4녀 중 세째인 한군은 목포시 산정2동 23의33 집에서 소식을 듣고 몰려온 친지·이웃들의 축하인사를 받으며 여드름투성이의 얼굴에 수줍은 웃음을 머금었다.

과외를 받아본 적은 없고 주로 교과서 위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했다며 『하오 10시께 학교에서 돌아와 TV과외를 보고 새벽 1시께 잠자리에 들고 잠은 6시간쯤 잤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틈틈이 소설책을 많이 읽었다는 한군은 세살 때 한글을 읽었고 네살 때 천자문을 깨우쳤다는 것.

목포에서 태어나 산정국교와 홍일중을 거쳐 덕인고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전교1,2등을 했으며 고교 3학년 성적은 전체 3등을 기록했다.

한군은 74년 5월생으로 만5세에 국교에 입학했는데 서울대 최연소 합격자보다 생일이 7개월 빠르다.

한군의 가정은 근근이 살아가는 형편이지만 큰 누나 승화(21·중앙대 전자계산학과 2) 작은누나 은화양(18·서울교대1)도 모두 장학금으로 학교에 다니며 여동생 민화(13·목포중앙여중1) 가화양(11·산형국교4) 모두 공부를 잘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평소 수학 과목을 좋아해 물리학이나 천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큰 누나의 영향으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했다는 한군은 『앞으로 컴퓨터계통의 공부를 열심히 해 컴퓨터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 한태조씨는 무안군 청계면이 고향으로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약 판매상 등을 거쳐 7년 전부터 목표 삼학동 쌍용세차장에서 월 40만원을 받고 세차 일을 하고 있으며 어머니 정씨도 마늘까기 등 허드렛일을 해가며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어머니 정씨는 『아이가 시험 전날 밤 머리가 아프고 자주 토해 시험을 잘못 치를 것으로 생각해 걱정했다』며 『뜻밖에 수석을 차지해 대견스럽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한군 부모에겐 영광과 함께 걱정이 하나 늘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방 한 칸을 얻어 학교에 다니는 두 딸에게 아들까지 맡기려면 방 한 칸을 더 얻어야하기 때문이다.

두 딸이 살고 있는 전세 방의 전세 돈 6백만원을 빼 사글세 방 2칸을 마련해 볼 작정이라고 했다.<목포=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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