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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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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를 휩쓴 민주화 물결 속에 유일하게 개방과 개혁을 거부하여 「유럽의 고도」로 불리는 알바니아는 전 국토가 남한의 3분의1,인구는 3백여 만 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알바니아처럼 오랫동안 외침과 내란과 독재에 시달려온 나라도 없다. ◆자그마치 기원전 1백여 년부터 1천수백여 년 동안 외세의 지배를 받았고 대전 전에는 이태리와 독일에 합병되는 불운을 맞았다. 1944년 독일의 패망으로 국민들은 민주국가 건설을 기대했으나 이번엔 엔베르·호자가 이끄는 공산당의 독재체제가 시작됐다. ◆「스탈린학교의 우등생」으로 불리는 호자는 피의 숙청과 처형으로 반대파를 제거한 스승의 수법을 모방,외부와 완전 차단한 채 이른바 철권독재정치를 펴 나라를 암흑으로 몰아넣었다. 호자는 성인남자 4명 중 1명을 비밀경찰조직인 「시구리미」의 요원으로 만들어 주민을 감시케 하고 85년 사망할 때까지 41년간 집권하면서 2만여 명을 처형했다. ◆호자의 스탈린식 독재는 결국 이 나라를 전유럽의 최빈국이자 최대 문맹국으로 전락시켰다. 호자가 죽은 뒤 집권한 라미즈·알리아 대통령은 한동안 폐쇄와 철저한 통제정책을 견지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동구의 민주화 바람으로 학생·시민들의 반정부 시위와 외국으로의 탈출자가 늘자 더 이상 옛날과 같은 독재와 폐쇄정책으론 체제 붕괴를 자초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독립 후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산당의 권력독점 포기,야당결성과 시위허용,대외개방과 해외여행 자유화방침을 세우고 내년 2월 선거 후 민주적 개헌을 단행키로 했다. ◆알바니아를 얘기할 때마다 우리는 북한을 떠올리게 된다. 호자는 김일성 모두 스탈린의 충실한 제자이고 폐쇄와 장기독재를 펴온 것 등 너무나 비슷하다. 그런 알바니아가 국민의 열화같은 개혁과 민주화 요구에 굴복,문을 열기 시작했으나 북한은 경제파탄과 극심한 식량난 자원난에도 주민을 더욱 조이고 있다. 김일성 부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형제국인 알바니아의 조심스런 변화를 교훈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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