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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태만인가 방조인가/탈옥사건 교도관 관련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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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태만인가 방조인가/탈옥사건 교도관 관련 의혹

입력
1990.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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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도소 집단탈옥사건은 교도행정의 고질적 허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근본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교도관들이 매수돼 탈옥을 방조했을 가능성도 높아 교도소내 비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관련자들의 엄중처벌이 요구되고 있다.

또 「범죄와의 전쟁」 속에서 탈주범들이 전주에서 이리로,이리에서 대전으로 도주하는 동안 검문검색 한번 받지 않은 것도 경찰의 비상경계망에 허점이 있음을 입증했다.

▷교도행정의 문제점◁

탈주범들은 4개월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 재소자가 소지할 수 없는 각목과 못을 확보,감방선반을 사다리로 만들어 담장을 넘는데 사용했고 쇠톱으로 직경 2㎝의 쇠창살 2개를 끊었다.

교도관들의 눈을 피해 쇠창살을 자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1개월 가량이 걸리는 데 이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평소 교도관들의 감시근무가 얼마나 형식적인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또 탈주를 막기 위해 수시로 실시되는 감방수색에서도 쇠톱,못은 물론 수갑,길이 30㎝ 크기의 각목 7개,반쯤 잘려진 쇠창살 등을 발견치 못한 것은 교도관의 근무소홀차원을 넘어 방조에 의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전주 교도소에는 목공 영선 인쇄 등 6개 공장이 있어 기결수들이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탈옥에 사용한 쇠톱 등을 공장에서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

재소자들이 공장을 출입할 때는 반드시 금속탐지기 검사를 받거나 교도관들이 몸을 수색,공구나 흉기로 이용될 물건의 감방내 반입을 금지하게 돼있는 수칙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은 교도관의 근무태만으로 빚어진 것이 분명하다.

탈주범들이 대전으로 가는 차 안에서 『교도소 안에서 담배장사를 해 돈을 많이 벌었다』고 말하며 10만원권 수표 2∼3장을 운전사에게 보인 점으로 미루어 이들은 교도관들에게 금품을 제공,약점을 잡은 뒤 담배장사 등으로 탈주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주 교도소에서는 지난 3일 1백10만원을 받고 재소자에게 담배 4백갑을 건네주고 특별 면회를 시켜주면서 면회내용까지 허위기재한 비리가 적발돼 교도관 3명이 구속됐었다. 이같은 사실은 탈주범들의 교도관 매수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범죄와의 전쟁」 이후 재소자들이 늘어나 수감정원이 1천6백명인 전주 교도소가 현재 1천7백81명을 수감,「정원초과」된 점도 이번 사건발생의 간접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비상망의 허점◁

탈주범들을 태우고 이리에서 대전까지 간 택시운전사에 의하면 27일 하오 8시부터 2시간여 동안 한 번도 경찰의 검문검색을 받지 않고 대전에 도착했다. 이때는 이미 탈주범들을 지명수배하고 전주에서 빠져나가는 주요도로 철도 등에 비상령이 내려진 지 12시간이나 지났으나 가장 중요한 경비대상인 고속도로를 타고 범인들이 도주한 것은 경찰비상경계망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또 탈주범들이 대전으로 잠입한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전주교도소 직원이 대전역 앞에서 이들을 발견할 때까지 8시간여 동안 비상망이 쳐진 시내를 활보한 사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28일 상오 불심검문을 하던 경찰관 2명이 오히려 탈주범들의 위협을 받고 실탄이든 권총을 빼앗긴 것은 경찰의 근무자세가 아직도 허술함을 보여준 일이었다.<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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