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생의 편법 조기 외국유학이 점차 큰 사회문제로 부각돼 가고 있다. 3여 년 전부터 서울의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 사이에서 서서히 일기 시작한 초·중·고생 탈법 유학붐은 이제 대학 진학에 자신이 없는 여유있는 계층에선 일반화되는 추세까지 보이기 시작했고 미국에만도 이미 1만명 이상이 갖가지 형식으로 유학차 가 있다니 예삿일이 아닌 것만은 틀림이 없다.미국의 경우 탈법 조기유학생들은 정보부족과 악덕 알선업체들의 꾐에 빠져 재정압박으로 문을 닫기 일보 전인 중·고교에 전·입학해 돈이나 대는 「봉」이 되기 일쑤이고 정규학교가 아닌 주말의 전수학원에 속아 다니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실정이어서 교포사회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고졸 이하의 학력자가 외국의 초·중·고교에 전학 또는 진학하는 형식의 유학은 외교관·언론사의 특파원·상사의 해외 주재사원 등 극히 제한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자녀 이외에는 어떠한 경우든 불법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지난 88년부터 해외여행자유화의 물결을 타고,고교생은 물론이고 중학생과 국민학생들에게까지 단기 어학연수·친지방문·심지어는 부모 동반 관광여행의 여권발급이 가능해지면서부터 해외나들이가 청소년들의 탈법 유학수단으로 둔갑해버렸다. 더욱이 악덕 해외유학 알선업체들이 끼어들어 서울 강남지역에 초·중·고교생 미국유학붐까지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유도 있고 가정환경도 좋은데 실력이 달려 대학이나 고교진학이 어려운 경우 부모들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듯」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외국유학길을 뚫어보려 할 것이다. 그 절박한 심정을 이해 못할 사람도 없다,
어디서든 「대학간판」을 따야만 사람 대접을 받고 살 수 있다는 이 사회의 왜곡된 고학력 지향풍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무턱대고 이들 부모들만을 탓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줄도 안다.
그러나 그러한 불법 조기유학의 부당함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인격함양과 학문성취에 과연 얼마만한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이 조기유학이 내포한 문제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그런대로 적응해서 영어만이라도 배워올 수 있다거나,탈없이 소정의 학업을 마칠 수 있다면야 오죽 좋으련만 그 반대로 엄청난 유학비용만 탕진한 채 적응단계부터 실패해서 생의 낙오자가 되는 경우가 늘어난다면 그게 어디 당사자나 그들 부모만의 불행으로 그치는 일이겠는가. 학부모와 교육당국이 다같이 깊이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의 입시벽이 두텁고 어렵다는 것을 백번 감안하더라도 초·중·고교생의 조기유학은 섣불리 강행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내 고교나 대학에 진학하기가 힘든 학력소지자를 언어와 문화의 두터운 장벽과 외로운 타국살이를 노린 유혹이라는 악조건이 버티고 있는 외국에 유학시키는 것이 성공을 거둘 확률이 얼마나 있을까를 학부모들은 냉정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도 이 문제를 더 이상 모른체 외면할 단계는 지났다. 단기대책으로는 유학이란 허영에 젖은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일과 초·중·고교생의 여권발급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을 덜 가는 사회가 되도록 고교 교육방향을 취업 위주로 전환키 위한 고교 교육체제와 내용의 일대 개혁을 단행하는 장기대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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