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공산당 지배 종식… 국가재건 총력”/각 공화국에 권한 확대… 독자정책 수행 보장/개혁혼란 극복 위해 「공동시장」결성 가능 커/고르비,군동원 민지원 강화할 듯소련의 장래를 결정지을 것이라던 인민대표대회가 체제개혁의 진통을 여실히 보여주고 27일 폐막됐다. 이번 대회 이후 소련의 변화방향과 관련,영 이코노미스트지 모스크바 특파원 존·파커는 『91년에 소연방이 해체돼 스위스와 EC의 중간형태의 「공동시장」적 결속체가 등장하고 연립정부 구성으로 공산당지배가 종식될 것』이라고 전망,주목을 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 발행 「91년의 세계」 소련편에 「소비예트 권력의 종식」이란 제목으로 게재된 파커기자의 글을 요약,소개한다.<편집자주>편집자주>
1991년은 현재의 소련이 해체되고 새로운 토대위에 국가를 재건하는 노력이 본격화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새로운 「국가적 토대」의 핵심은 새 연방조약과 사유화 및 긴축을 중심으로한 급진적 경제개혁 조치다.
새 연방조약에 의해 중앙정부는 연방전체의 안보 및 외교,그리고 제한된 조세징수권 및 화폐발행 등 대폭 축소된 권한과 책임만을 갖게 된다. 민족분쟁 해결을 위한 무력개입이나 사유화 경제정책 시행 등은 개별공화국의 책임과 권한 아래 놓여진다.
공화국들은 권한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중앙에 양도하지만 「주권국가」로서 독립된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 이 새로운 소련은 스위스와 EC의 중간형태가 될 것이다.
경제개혁 조치도 연방조약 못지 않게 급진적인 변화를 예정하고 있다. 전체 경제의 70% 이상이 국가소유에서 개인소유나 지방의 집단소유로 바뀐다. 이와 함께 가격개혁이 시작되고 적자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대폭 감축돼 재정적자가 축소될 것이다.
물론 이같은 개혁조치가 계획대로 시행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새 연방조약과 관련,고르바초프는 전체공화국 모두가 이 조약을 조인토록 설득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권한이 축소되지 않는한 6개 공화국이 조인을 거부할 것이다. 발트3국들을 대통령권한이 축소돼도 끝까지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발트3국이 연방에서 탈퇴하면 그루지야,아르메니아 및 아제르바이잔이 뒤따를 공산이 크다. 급진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연방탈퇴 가능성이 있다. 이는 현재의 소연방의 종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 소연방은 소멸되지 않을 것이며 공화국들은 개별적으로 상호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다. 이는 각 공화국들이 「독립」요구와 물자부족사태에 따라 보호장벽을 쌓고 있는 상황에서 물자공급 통로를 마련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 개별협정들은 소연방을 결속시키는 가장 뚜렷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이는 소련이 하나의 「공동시장」으로 계속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 「공동시장」은 중앙집행기관이 없는,「축이 없는 바퀴」의 형태가 될 것이다.
이같은 경제적 유대의 중요성은 연방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공화국들도 경제개혁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경제개혁의 결과는 15개 공화국 모두의 장래에 사활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사유화구상은 계획대로 실행되지 못할 것이다. 초기단계에서는 공화국 정부와 시정부들간에 기업소유 문제를 놓고 분쟁이 있을 것이다. 소련의 소유관계법률은 모호하기 이를 데 없어 이 분쟁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각 정부기관간의 복잡한 권한구분 문제 때문에 기업매각작업은 극히 어려울 것이다. 이는 폴란드의 경우 지난 1년간 7개기업을 사유화하는데 그친데서 여실히 입증됐다.
경제개혁은 또한 필연적으로 경제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다. 개혁을 위한 긴축계획은 GNP(국민총생산)의 15%선의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적자기업 도산정책이 시행되면 실업은 최고 1천만명선에 이를 것이다. 대량실업과 물자부족·가격통제 폐지 등은 전례없는 파업사태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서방으로의 이주현상도 가속화할 것이다.
개혁에 따른 경제침체가 심해지면 새로운 정부구성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 신정부는 급속한 개혁정책을 입안해야 하며 현재 소련에서 신속한 정책입안능력을 가진 기관은 대통령 뿐이다. 따라서 대통령령의 홍수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령도 실제집행을 위해서는 유효한 행정기구가 필요하다. 문제는 현 중앙정부 각 부처의 권한이 해체되고 있는 점이다. 고르바초프로서는 두가지 대안이 있다.
첫째는 민족주의 및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공화국 및 지방정부의 협력을 얻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른바 「민주야당」세력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같은 연립정부 구성은 개혁추진에 필요한 정통성을 마련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비록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가 국가원수로 남아있지만 공산혁명 73년만에 공산당지배 「소비예트 권력」의 종식을 기록하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또다른 대안은 대통령의 명령에 복종하는 유일한 조직인 군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는 군부쿠데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 가을 추수때와 같은 긴급임무에 군을 더욱 자주 동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91년에는 철도운용이나 발전소가동 등을 위해 군이 동원되는 사례가 한층 잦아질 것이다. 이는 우울한 전망이다. 그러나 이외의 대안이란 소련의 완전한 경제적 몰락과 중앙정치 권력의 전면 와해 밖에 없을 것이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