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분명… 공직사회 신선한 충격/“청렴·소신 실천”… 직원들도 「축하」『공직자는 원하든 원치않든 때로는 분에 넘치는 중책을 맡아야할 경우도 있고 때로는 스스로의 진퇴를 분명히 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2년여의 재상직을 스스로 떠나며 강영훈 전 총리가 밝힌 「퇴임의 변」은 길지 않았다. 재임시절의 공과는 훗날 사가들이 판단할 문제라는 듯 표정은 홀가분하고 담담했다.
취임초 강전총리는 풍상을 겪은 그의 이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기대와 의구심을 함께 받은 미지수의 재상이었다. 그가 「중량급」이 못된다고 실망한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총리직을 떠나던 날 그에 대한 시각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치적의 평가 여부와 별개로 어느새 그는 「진퇴를 아는 공인의 도」를 지킨 인물로 부각되고 있었다.
일국의 재상으로서 그는 경륜의 나이테를 부단히 쌓은 발걸음을 애써 숨기며 모든 것을 훌훌 털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다.
그는 12월 초 노태우대통령의 집권후반기를 맞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퇴임의사를 굳혔고 3차 남북고위급회담(12월11일∼14일) 직후 이같은 뜻을 대통령에게 전했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떠나기 싫은게 보통사람의 심중임을 감안하면 강전총리가 보여준 분명한 태도는 공직사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날 낮 국무위원 식당에서 있은 총리실 간부들과의 오찬도 「명예퇴진」을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오찬 분위기처럼 강전총리의 퇴진을 바라보는 관가의 시선은 따스하며 그를 가까이서 보필했던 공직자들은 『청렴과 소신의 청백리상을 몸소 실천했고 스스로 재상의 자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사심없는 공직자상을 보여준 분』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주영대사 국회의원을 거쳐 재상까지 지낸 강전총리의 재산이라곤 겨우 스텔라승용차 1대와 30년전에 마련한 서대문구의 낡은 집 한채 뿐이다.
강전총리는 청렴성과 함께 그동안 「의전·대독」에 머물던 총리의 역할을 「일하는 재상」으로 격상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교통난 해소대책의 재원문제를 놓고 관계부처가 격심한 이견을 보일때 총리실이 조정했고 민생치안대책·공권력 확립방안 등 주요 시책의 입안도 총리실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총리실 간부들과의 이임오찬에서 강전총리는 『이제 물러나면 총리라는 말대신 미스터 강이라고 불러달라』며 『평범한 시민으로 놀러오더라도 정부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조크했다.
그 농담에는 스스로 물러날 줄 아는 자의 여유와 홀가분함이 담겨 있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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