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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사 사찰 폭로 윤석양이병(90년 사건과 사람:7·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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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사 사찰 폭로 윤석양이병(90년 사건과 사람:7·끝)

입력
1990.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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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사찰 심증 「물증」 충격/자수거부 3개월째 은신/장관­사령관 경질·서빙고 분실 철거 불러/“시대의 부도덕 고발용기 겸허히 수용해야”90년에도 우리는 보안사의 사찰 감시 프락치공작 등 청산된 것으로만 알았던 구시대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양심선언이 아직도 유효한 저항수단임을 인정해야 했다.

『나에겐 아직도 갚아야할 빚이있다』며 윤석양이병(24·한국외국어대 4년 제적)이 폭로한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사실은 군사문화 청산과 군 본연의 임무준수라는 6공의 약속을 믿어온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운동권 출신으로 군에 입대,보안사에 끌려가 프락치 노릇을 하다가 사찰자료를 갖고 탈영해 10월4일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KNCC) 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양심선언을 한 윤이병의 증언은 군의 권부였던 보안사를 강타했다.

여야정치인 학자 종교인 재야인사 등 각계 1천3백여명의 사찰자료가 들어 있는 색인표 신상카드 컴퓨터디스켓 등 1천3백40여점이라는 명백한 「물증」 앞에 정부와 군 당국도 더이상 부인으로 일관하지 못했다.

윤이병의 폭로 4일만인 10월8일 이상훈 국방부장관과 조남풍 보안사령관이 문책인사로 물러났고 11월 말부터 「빙고호텔」로 악명높던 보안사 서빙고 분실의 철거작업이 시작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군의 정치적 중립을 제1공약으로 내세웠던 6공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으며 보안사의 명실상부한 개편여부,윤이병의 처리문제,사찰 대상자들의 집단소송 등은 해를 넘기는 숙제가 되고 있다.

잠적한 상태에서 KNCC에 수기와 편지 등을 계속 보내오고 있는 윤이병은 KNCC 인권상 수상소감문과 지난 17일의 편지에서 『내 문제는 법이 심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이미 대중에 의해 심판받았다』고 자수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윤이병은 그러면서도 『나같은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나의 행위가 양극단이었다』고 고백해 운동권­프락치­양심선언의 과정에서 겪은 격심한 갈등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황인철변호사 등 서울 지방변호사회 소속 1백25명이 윤이병의 변호인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계인사 3백여명의 발기로 「윤석양 후원사업회 준비위원회」(위원장 이우정)도 발족돼 「시대의 양심을 국민의 힘으로 지켜내자」는 표어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다.

또 김진균 서울대교수 등 사찰대상자 3백33명이 11월1일 서울민사지법에 냈던 사찰자료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이 받아들여져 같은달 14일 KNCC 사무실에서 검증이 끝난 상태여서 이들의 소송제기 여부와 그에 대한 법원의 판결결과도 주목된다.

윤이병을 잡으려는 보안사와 경찰의 미행,협박에 시달리다가 「동생이 자유로운 시민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낸 셋째누나 호순씨(32·서울 은평구 갈현동)는 『동생이 죄인이라면 그가 탈영하고 사찰자료를 훔치게 만든 정부와 군은 원천적 죄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호순씨는 『운동권도 정치도 잘 모르지만 석양이의 행동은 일종의 정당방위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NCC 인권위 김영주 사무국장은 『윤군 사건은 한 젊은이가 자기의 안녕을 버리고 이 시대의 부도덕성과 반인륜성을 고발한 사건』이라고 규정,『그의 고뇌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정의와 평화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제2의 윤석양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이들만의 뜻이 아닐 것이다.<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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