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참여의식 높이고/참신한 아이디어 발굴/대리과장급 15명이내 매주회의 한국화약/평사원중심 「프레시보드」도 운영 금성사/회장 등 참여 진짜중역회의 버금 대웅제약한국화약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장교동 현암빌딩 24층 대회의실에서는 매달 한번이상 색다른 중역회의가 열린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층 임원들이 앉아 있어야 어울릴 회의실 의자들을 패기만만한 30대 10여명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장시간 격론을 벌인다.
이 회의의 이름은 「청년중역회의」.
(주)한국화약(사장 오재덕)은 하의상달을 통해 간부사원과 평사원,각부서간의 인화와 노사간 화합을 다지는 한편 전사원의 경영참여의식을 높이고 젊은 사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위해 지난 88년부터 이 회의를 계속 열고 있다.
청년중역들은 입사경력 5년이상의 대리에서 과장급 사원중 총 15명이내에서 각부서별로 1명씩 선임되는데 임기는 3개월. 이들은 매주 넷째주 금요일 하오 3시면 어김없이 정기회의를 열며 회장의 소집에 따라 매월 1∼2번씩 임시회의도 개최하고 있다.
현재 본사를 비롯,인천·대전 등 각공장과 중앙연구소 등 7개 사업장에서 청년중역회의가 운영중인데 정기회의에는 각사업장의 장,본사의 경우 사장이 배석한다. 장은 경청만 하는게 불문율인데 발언을 하려면 의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어야 한다.
의장의 권한이 이쯤되다보니 본사 청년중역회의 의장인 최영재 과장은 별명이 「최사장」이다.
한국화약은 청년중역회의 등의 성과에 힘입어 지난 11월 생산성배가 전국촉진대회에서 생산성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같은 회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한국화약외에도 금성사(사장 이헌조)와 대웅제약(회장 윤영환)등이 있다.
금성사는 지난해말 부장급 중간간부대표회의인 「주니어 보드」(JB)를 도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평사원까지 범위를 넓혀 「프레시보드」(FB)를 도입했다.
이회사의 FB는 일종의 사원대표회의로 지역 FB와 전사 FB등 2중구조로 운영된다.
전사 FB 의장은 13개 지역 FB 대표위원들중에서 경선으로 선출된다.
지난 21일하오 서울 여의도동 트윈타워 서관 15층 회의실에서 열렸던 전사 FB 1차 회의는 선거열기로 분위기가 고조됐었다.
이날 선거에는 4명의 지역 FB 대표위원이 전사 FB 의장후보로 나서 회사경영에 관한 나름대로의 「정견」을 발표했는데 창원 FB 대표위원인 송태홍씨(32·창원1공장 설계실기사)가 무기명투표에 의해 당선됐다.
전사 FB는 사장 직속의 비공식회의체인데 회사에서는 회의비·교통비·조사비 등 월별활동비를 지급하고 산업시찰 등 해외연수 기회는 물론 각종 인센티브를 준다.
FB위원들의 임기는 1년이다.
일반 직원들의 꿈은 뭐니뭐니해도 중역으로 승진해 전문경영인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역을 가리켜 「회사의 별」이라며 직원들이 부러워하는 것도 그만큼 이자리에 오르기가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청년중역회의는 비록 가짜 중역들의 모임이지만 다른 경영혁신 및 조직활성화 운동보다 직원들의 호응도가 무척 높은 편이다.
특히 평소같으면 마주대하기조차 어렵던 사장앞에서 회사경영에대해 비판까지 할 수 있는 매력이외에도 자신의 제안이 경영에 반영 되기 때문에 더욱 신바람이 날 수 밖에 없다.
금성사의 「주니어보드」는 지난 1년간 각종 안건을 결의했는데 문서결재 간소화로 사무혁신을 이루자는 캠페인,퇴직사원을 위한 「금성인의 사랑방」개설 등은 실제 반영되기도 했다.
한국화약의 청년중역회의도 ▲「한국의 뒤퐁」이 되기위해 정밀화학 및 기계분야로의 사업다각화 ▲동남아·동구 등 해외진출 적극 추진이라는 거창한 안건을 결의했으며 공장자동화(FA)에 투자우선 순위를 둔다는 내용은 진짜 중역회의에 상정돼 통과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83년부터 「청년중역회의」를 도입한 대웅제약은 이 운동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입사경력 2∼3년의 주임급사원 20여명으로 구성된 이 회의에는 윤회장과 이철배 사장이 반드시 참석한다.
청년중역들은 자기부서의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때로는 중역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의견을 좁혀 건의하면 윤회장 등 최고 경영진이 즉석에서 답변을 하고 있어 회의는 시종 긴박감이 넘친다.
시간을 두고 검토할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회의때 의장이 그 결과를 확인하고 있어 청년중역회의의 파워가 진짜중역회의에 버금간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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