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시대 국제조류에 역행”/병력감축·계획 자체 백지화도내년부터 시작되는 일본 방위계획 대강인 차기방위력 정비계획(차기방)을 놓고 야당들이 계획 수립 중지와 방위비의 대폭 삭감을 공식 요구하고 나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제1야당인 사회당은 국제적인 탈냉전화 현상을 이유로 미 일 안보조약 운영체제의 개선까지 요구하고 있으며 공명당은 육상 자위대의 병력감축까지 요구하고 있다.
차기방이란 85년부터 90년까지의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중기방)에 이어 내년부터 95년까지 5년 동안의 일본 방위예산 증액 및 전력증강의 방향을 정하는 중장기 계획이어서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큰 관심을 끌어 왔다.
일본 방위청 당국은 당초 연간 5%대의 방위비 증액을 내용으로 한 계획을 세워 예산 당국과 협의를 계속해 왔는데,지난 20일 내각에서 최종적으로 3%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연간 3%씩 예산을 늘려도 5년간의 방위예산 총액은 22조8천억엔 정도가 돼,이는 중기방의 방위예산 총액(18조4천억엔)보다 4조4천억엔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야당측은 중장기 계획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면서 예산증액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공식화하고 있다.
도이(토정고자) 사회당 위원장은 지난 13일 가이후(해부) 총리에게 차기방 책정작업의 중지를 공식 요청했다. 사회당은 『동서냉전과 소련의 위협론을 근거로 한 방위력 증강,미 일 군사동맹체제의 강화 등 현재의 방위정책을 고쳐야 한다』면서 계획의 중지 및 방위예산의 동결·삭감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조기 공중경보기(AWACS) 도입과 주일미군의 주둔경비 부담증액도 용인할 수 없으므로 국민적 토의의 장을 만들어 방위계획의 대강을 수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내년부터 자민당과의 정책연합을 선언한 공명당도 당서기국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적 컨센서스에 의한 계획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명당은 지난 가을 방위청이 발표한 90년도 방위백서에 「소련 극동군의 잠재적 위협」표현이 삭제된 것을 근거로 중장기 계획을 세워 예산증액을 자동화하는 것보다 국제정세에 따라 당해 연도마다 방위예산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방위예산 증액을 동결하고 연차적으로 삭감,현재 18만명인 육상자위대 병력을 15만명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공명당의 주장은 정부·여당에 큰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줄기차게 차기방 계획의 중지를 요구해온 공산당도 자위대의 장비증강과 미 일 합동군사훈련을 반대하면서 방위예산의 대폭 삭감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자민당의 정책에 동조적이었던 민사당은 5개년계획을 3개년으로 축소하자는 조정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제정세가 변했으므로 일본의 방위체제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은 다른 야당과 마찬가지.
이같은 야당측의 「한목소리」로 차기방 문제는 현재 개회중인 정기국회에서 「자위대파병」 파동 못지 않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여당측은 부처간 이견조정과 안전보장회의 심의를 거쳐 이달 하순 각의에서 정식 결정하겠다는 타임테이블을 짜놓고 있었으나 뜻밖에 야당측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친 것이다.
구미 여러나라들과 소련까지도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동결하는 국제적 추세속에 유독 일본만이 엄청난 규모의 방위력 증강 장기계획을 세우려는 것은 「새국제질서」에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일본 여야당의 공방전은 세계적인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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