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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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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내년부터 95년까지 5년간의 「중기 방위력정비계획(중기방)」을 확정짓고 이 기간에 지출할 방위비 총액을 22조7천5백억엔으로 책정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기간에 방위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3.1%로서 86년부터 금년까지의 증가율 5.4%에 비하면 크게 둔화된다는 것이 저들의 계산이다. ◆일본은 그 동안 경제대국이기는 하되 군사대국이라는 평판을 듣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도 또 한편으론 소련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한다고 공언하면서 해마다 방위비를 늘려왔고 그 때문에 교육·복지부문 등에 대한 지출을 상대적으로 억제해왔다. 이번 「중기방」 예산은 소련의 잠재적 위협이 사라졌다는 전제하에 편성됐다는 것이 일본측의 설명이다. ◆일본의 군사력은 표면상 12개 보병사단,1개 장갑사단,각종 함정 78척 및 약 3백대의 항공기 등으로 편성돼 있다지만 「중기방」 예산의 연평균 규모는 4조5천5백억엔으로 원화 약 24조원에 해당하여 우리나라 내년도 예산 26조9천억원과 거의 맞먹는다. 그리고 앞으로 5년간 그들이 추가할 장비로는 조기공중경계관제기(AWACS),다연장 로켓시스템,신형 전투기 F15 등이 꼽힌다. 이미 일본은 군사대국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약 5만명의 주일 미군에 대한 경비부담률도 현재의 40%에서 5년내에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니까 일본은 자체의 질높은 방위력에 미군을 계속 가세시키겠다는 생각도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일본이 이렇게 군사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소련의 위협도 있었다지만 그 외에도 자원을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기 때문에 해상통로 확보라는 명분도 있다. ◆군사비 증가율을 둔화시키면서도 15만3천의 지상군 규모감축 문제는 동서 긴장완화 분위기가 아직 극동에까진 와닿지 않았기 때문에 3년 후에나 고려하겠다는 게 일본정부의 자세다. 우리가 긴 안목에서 군비통제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소련의 위협 감소추세보다 몇발짝 늦는 일본의 군비조절은 참고할 만한 일이다. 작은 변화에 놀라 큰 동작을 내는 어리석음은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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