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올해에 15년 만의 풍년을 기록했다. 그만큼 날씨가 좋았기 때문이다. 곡물의 추정수확량은 3억톤으로 예상됐다. 리즈코프 총리는 지난 8월 각의에서 말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풍년을 내려줬다. 그런데 우리는 수확을 못하고 있다』 기름과 부품이 없어 농기계가 서 있고,수송과 저장시설이 모자라 노적해 둔 밀들이 비에 썩었다. ◆소련은 해마다 수확 때가 되면 도시에서 사람들을 동원,「영웅적 전투」를 벌여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각 직장에 「노력동원」을 지시해도 먹여들어가지 않는다. 『기업의 채산을 맞추라면서 무슨 동원이냐』하는 것이다. 군용트럭 4만5천대를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래저래 수확곡물 3억톤 가운데 1억톤이 썩고 도둑 맞고 수송 중에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고르바초프 정부를 지지하고 있지만,경제원조에는 반대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요,소련을 위해 도움이 못된다는 이유에서다. 2년전 아르메니아지진 때도 서방측에서 보낸 옷·식량 등 구호품은 모스크바의 시장에서 팔려나갔다. 그래서 미국은 겨우 10억달러의 농산물 차관만 결정했고,국제통화기금(IMF)도 소련 경제의 개혁을 위한 기술원조를 결정했다. ◆소련이 혼란에 빠지자 소련군이나 비밀정보기관인 KGB의 보수파가 안 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도 이들의 모임인 소유즈그룹에 주먹을 휘두르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군이나 KGB의 보수세력도 대세를 뒤바꿀 힘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번 대의원선거 때 장성의 82%가 보수파에 표를 던졌지만,중·하급장교의 73%는 개혁파를 지지했다. ◆군과 KGB의 일선 지휘관들은 민간인에 발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면 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일이 있다. 또 우크라이나 등 소수민족 출신 장교들이 과연 명령에 복종할지도 의문이다. 또 장군은 1백%요,장교의 4분의 3이 당원이다. 군은 어차피 당의 지시에 따른다는 얘기다. 크렘린의 수수께끼가 어디로 갈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