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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휴회 UN총회 마르코의장(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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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휴회 UN총회 마르코의장(초대석)

입력
1990.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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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문제 해결은 유엔 숙원”/한국 단독가입도 수용 분위기/총리회담에 회원국들 큰 관심/페만 전쟁방지 위해 필요한 행동 주저 안해/미·소 협력결과 이번엔 블록간 균열없어냉전종식 이후 최초로 유엔회원국들의 모임이었던 제45차 유엔총회가 3개월간의 회기를 마치고 21일 휴회에 들어갔다. 이번 총회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인한 페르시아만사태와 그에 따른 중동문제 토의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서도 이번 총회의 의미는 각별하다.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분위기가 과거 어느때보다도 무르익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은 결국 국내외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단독가입신청을 일단 유보하는 신중한 정책을 택했다. 그러나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에 대한 대다수 회원국들의 강력한 희망표명은 최근의 국제정세가 바야흐로 동서간의 데탕트(화해)를 넘어 앙탕트(협상)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반영한 대목이었다. 이처럼 중대한 역사적 전환기에 유엔총회 의장역을 맡았던 기도·데·마르코 의장(59)은 18일 본보와 가진 단독회견을 통해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을 재차 촉구했다. 마르코 의장은 『동서 냉전의 마지막 잔재인 한반도문제 해결은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세계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유엔회원국 모두의 숙원이다』라고 말했다. 마르코 의장은 지난해말 미소 정상들이 냉전종식을 공식선언했던 몰타공화국의 부총리 겸 외무장관으로 「몰타회담」을 주선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었다. 다음은 회견 요지이다.

­이번 회기중에는 남북한의 유엔가입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발언이 줄을 이었었다. 이에 대한 의장의 입장은.

『회원국 대표들의 연설을 통해 남북한의 유엔가입에 대한 분위기가 충분히 성숙됐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남북통일이야말로 회원국들 모두가 가장 환영하는 바이지만 통일이 되기 전에라도 함께 유엔에 들어와 대표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이다.

또한 이번 총회에서는 남북총리회담에 거는 회원국들의 관심과 환영도 두드러졌었다. 냉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한반도에서도 대화와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면 이는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이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 남북한은 유엔가입의 방법을 놓고 절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협상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 한국은 단독가입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있었던 회원국 대표들의 연설을 분석해보면 한국의 단독가입안도 상당히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된다. 남북한이 함께 들어오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만의 단독가입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엔은 이번 회기중 한국전 이후 최초로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을 승인했다. 이번 무력제재결의안이 과연 개별국가에게도 무력사용권을 허용하는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전쟁의 참상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그것은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전쟁의 고난을 자초할 수도 있다.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우리가 어떠한 태세를 갖추는가에 따라 미래의 진로가 결정될 것이다. 유엔은 45년 만에 처음으로 소생하고 있다.

유엔의 소생과 함께 우리의 희망도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문제와 관련한 유엔의 토의가 안보리에서 총회로 옮겨올 가능성이 있는가.

『안보리가 그 문제를 성의껏 다뤄나가리라고 믿으며 중동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을 가동시킬 합의도 도출하리라고 기대한다. 물론 회원국 다수가 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총회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유엔이라는 단일기구 안에서 여러 부서가 서로 충돌하는 사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각 기구가 상호협조해서 공동의 선과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만 안보리가 총회의 견해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몇몇 상임이사국들이 유엔 전체의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데 대한 불만이 높은 게 현실이 아닌가.

『안보리는 지난 45년간 제대로 기능을 다해오지 못했다. 이제서야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제 기능을 다하기 시작한 안보리에 대해 불평만 늘어놓을 계제는 아니다. 앞으로는 물론 안보리의 기능과 구성,특히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들의 자격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리라고 보지만 아직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미소간의 데탕트는 유엔에서도 새로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점이 총회의 원활한 운영에 도움이 됐다고 보는가.

『미소간의 협력은 총회의 원활한 기능수행에 필수적이라고 본다. 바로 그런 협력의 결과를 이번 총회에서는 파워블록이나 이념블록간의 균열이 없었으며 헤게모니 쟁탈전도 일어나지 않았다』

­냉전종식과 함께 제3세계문제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빈곤·외채·환경오염 등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유엔의 구조개편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데.

『이제 우리 앞에는 「철의 장막」이 걷히면서 「가난의 장막」이 가로놓여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엔의 구조적 개혁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현재 3개월 동안만 개최되는 총회의 회기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연간 3차례에 걸쳐 전문가들이 의제별로 집중토의를 벌이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의 문제가 페만사태에 밀려난 감이 있다.

『그렇게 보지는 않으나 그 문제에 관해 좀더 많은 관심은 쏟아야 한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남아공의 인종차별이나 난민들의 기아문제 등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 전세계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될 과제이다. 기아에서 해방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시급한 국제정치문제이다. 개도국들의 이같은 문제해결에 주력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이는 전세계의 이해에도 부합되는 것이다』

­일부 약소국들은 냉전종식과 더불어 미소 두 초강대국들에 대한 「정치적 카드」를 쓸 수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한 해석을 이해는 하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 두 강대국간의 갈등 때문에 제3국이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 자체가(제3세계국가들에게는) 대단히 모욕적인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동구의 개혁을 비롯한 세계의 민주화 과정에 미소 양국의 데탕트가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같은 변화는 무엇보다도 당사자들이 보인 의지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이 쟁취한 자유는 강대국들의 선물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노력한 결과라는 뜻이다. 유엔총회는 그러한 변화를 가능케 한 국제적 분위기 형성에 알게 모르게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생각한다』<뉴욕지사=송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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