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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외무의 돌연한 사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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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외무의 돌연한 사임(사설)

입력
1990.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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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국내정치에 우리가 지금처럼 직접적인 관심을 가졌던 일은 과거에는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공산권 밖의 세계 각국도 이제 소련 국내정치의 움직임을 바로 자기나라의 국내문제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일만큼 됐다.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독재에 대한 항의」로 사임한다고 발표하자 세계시장에서 주식값이 떨어지고,금값이 뛰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반세기 가까운 적대관계를 청산한 지 채 두달도 채우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그의 사임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세계의 관심은 그의 갑작스런 사임이 모스크바의 시계추를 어느 쪽으로 밀어낼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탈냉전과 민주화를 밀어온 개혁파 쪽으로 시계추가 갈 것인가,소련이 당면 국내위기를 강경정책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보수회귀 쪽으로 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셰바르드나제 장관 자신은 그의 사임을 「두 명의 대령」으로 지칭된 보수적 장교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그 동안 옐친처럼 급진적 개혁을 요구하는 세력과 보수세력의 틈새에서 적절히 자신의 온건개혁노선을 넓혀왔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인민대표회의에서 그는 연방수호를 위해 「비상대권」을 행사하겠다고 강경입장을 밝혔다.

세바르드나제 장관은 이에 대해 대통령이 「독재권」을 부여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사임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모스크바의 정치논쟁에서 어떤 형태로 결말지어질지는 확실치 않다.

아마도 보수파건 급진개혁파건 셰바르드나제를 핵심으로 해서 진행돼 온 지금까지의 대내외정책을 급격하게 뜯어고치지는 못할 것으로 낙관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군 장성의 82%가 보수파를 지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중·하급 장교의 73%가 개혁파를 지지하고 있다는 지난 선거결과로 보더라도 군부 보수파의 영향력은 한계가 뻔하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국내정책이,특히 경제정책에서 좌우 양쪽으로부터 비판과 저항에 부딪친 것은 사실이지만,소련의 지도부가 가진 선택의 폭은 그리 큰 것이 아니다. 적어도 국내정책에서 소련은 고르바초프노선을 중심으로 한 좌우연립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다.

한쪽에서는 셰바르드나제의 사임이 고르바초프측의 계획된 각본이라고 보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분석이 옳은 지는 두고볼 일이지만,그의 사임이 적어도 고르바초프의 입장을 보수 쪽보다는 보다 개혁 쪽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소련의 대외정책도 이미 구조화돼 가는 탈냉전의 흐름을 역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우리로서는 한국과의 조기수교의 주역이었던 셰바르드나제 장관의 사임이 모처럼의 동북아의 해빙무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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