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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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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서 직장마다 망년회가 한창이다. 동창회다,향우회다 갖가지 이름이 붙은 크고 작은 망년모임이 호텔마다 만원사례다. 망년회 하면 술판을 차리게 마련이고,1차로는 성에 차지 않아 대개 2차,3차로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 ◆원래 우리나라엔 망년회란 없다. 일본에서 온 조어다. 옛부터 송구영신의 뜻에서 「수세」가 있을 뿐이다. 섣달 그믐날 밤에 온집안 식구들이 모여 밤을 밝히고,새벽달이 기울 때까지 지난일을 얘기하며 새해의 설계를 했다. 「동국세시기」에 나오는 「수세」는 새해를 맞기 위한 근신의 뜻과 함께 악귀를 내몰고 길복을 기다리는 기원이 담겨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망년」안 나이 차이를 잊는다는 의미다. 망년지교나 망년지우라는 말은 비록 나이는 어릴지라도 학식과 인품이 훌륭해서 나이에 상관 없이 사귀는 친구를 가리킨다. 이처럼 노소동락의 뜻인 「망년」이란 말이 엉뚱하게 근심걱정을 잊어버리는 「망우」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술과 노래로 한해를 잊는 망년회가 기승을 부린다. ◆삼성생명이 서울지역 26개 대기업의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벌써 망년회를 세 번 이상 치른 직장인은 76%나 됐다. 남자의 경우 연령이 젊을수록 친구간의 망년회를 중시하는 반면에 연령이 높을수록 직장동료간의 망년회를 더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망년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포 찬반이 반반으로 나뉘어져 눈길을 끝다. ◆망년회를 했다고 해서 지우개 없는 인생살이에 한햇동안의 궂은 일을 깨끗이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망년회를 저무는 한해를 보내면서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떠들썩한 망년회의 북새통에서 썰렁한 자선냄비가 눈에 띈다. 우리 모두 「수세」의 정신으로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이웃돕기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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