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족에 한국인 「박애」 활짝/민간차원 해외원조는 처음/8월 비 지진때 조은제 의사등 40명 구호활동 계기/방글라데시선 자국선박 보내 9백99톤 인수 예정/캄보디아 난민에도 백2톤… UN기관 통해 분배사랑의 쌀이 북한동포에게 전달된 데 이어 아시아국가들에도 전해져 지구촌에 사랑의 가교를 맺고 있다.
필리핀을 시작으로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인도 등 4개국에 무상으로 원조되는 사랑의 쌀은 인도주의에 입각한 민간주도의 국민성금으로 모아졌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정부나 적십자사가 긴급한 재난을 당한 해외 국민들에게 구호물자를 보낸 적은 있으나 2만여 가마가 넘는 쌀이 민간차원의 캠페인에 의해 해외에 원조되는 것은 처음으로 아시아가족들에게 한국민의 박애정신과 국위를 선양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외국서도 놀라는 반응
지난 3월1일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시작한 운동본부와 한국일보사는 이미 국내 불우이웃과 북한동포에 쌀을 나누었고 이번에 해외 불우이웃에게도 쌀을 보냄으로써 당초의 1차목표를 모두 이루었다.
민간단체에 의한 자선캠페인이 이같은 열매를 맺게 된 것에 대해 국내사회단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고 평가하고 있다.
20일 필리핀에 보낸 쌀 5백2톤(6천2백75가마)은 새해초 바기오지역의 지진이재민에게 1백톤,민다나오지역의 태풍이재민에게 4백톤이 전달될 예정이다.
필리핀에 사랑의 쌀이 원조되기까지는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의 필요성을 기독교계에 제기했던 춘천 베드로정형외과 조은제 원장(40)이 병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구호·선교단체인 아시아구제기금의 역할이 컸다. 조 원장은 필리핀 바기오지역에 대지진이 일어난 직후인 8월초 구제기금회원 등 40여 명과 함께 사랑의 쌀 5백㎏을 지원받아 각자 배낭에 짊어지고 현지에 가서 구호활동을 벌였으며 현지에서 3천5백㎏을 추가 구입,이재민에게 나눠줬다.
이후 바기오지역의 안드레스·부그노센 도지사가 9월22일 조 원장에게 감사서한을 보내 사랑의 쌀을 추가로 요청했으며 필리핀인인 주한 유니세프 랠프·디아스 대표가 적극 협력,수송비 일체를 지원하게 됐다.
○“더 보내 달라” 잇달아
이밖에 바기오의 제일 나사렛교회 목사인 김성갑 선교사도 운동본부에 서한을 보내 세계 각국에서 보내 오는 구호품이 떨어져 간다며 한국의 사랑의 쌀 본부가 필리핀의 참상을 외면하지 말고 사랑의 쌀을 많이 보내줄 것을 호소했다.
조 원장은 1월초 신자들과 함께 필리핀을 방문,사랑의 쌀이 나눠지는 것을 보고 선교사업도 펼 예정이다.
가장 많은 9백99톤의 쌀을 보내게 될 방글라데시는 24일 자국선박을 부산항에 보내 쌀을 인수해 가는데 대통령 직속 구호기관이 쌀을 나누게 된다.
많은 국민이 기아로 허덕이는 방글라데시에는 특히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이 많아 사랑의 쌀이 매우 요긴하게 쓰여질 것으로 보인다.
방글라데시에 대한 원조는 유니세프 대표로 현지에서 근무했던 이윤구 박사(62·한국청소년연구원장)가 외무부와 방글라데시정부간에 공식교섭의 길을 마련,지난 9월2일 방글라데시정부가 현지 주재 한국대사관에 사랑의 쌀을 수락한다고 공식통보했다.
운동본부는 양곡의 해외방출물량이 1천톤이 넘으면 국제식량기구(FAO)의 잉여미 처리규정에 저촉돼 국제간 협의가 필요하므로 9백99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선교사업도 병행계획
캄보디아에 나눠지는 1백2톤은 세계적 구호기관인 YWAM(국제예수전도단)의 태국책임자 스티븐·굿씨가 인수,유엔 산하기관인 WFP(세계식량프로그램)를 통해 캄보디아 난민들에게 분배한다.
스티븐·굿씨는 지난 8월 조은제 원장이 필리핀에서 사랑의 쌀로 구호활동을 폈다는 소식을 듣고 조 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캄보디아 난민의 어려움을 전하고 쌀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17톤이 전해지는 인도에는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했던 인도인 선교사 수크리트·로이 목사가 현지에서 운영하는 구호기관에 기증된다.
○농림수산부서 큰 도움
쌀을 해외에 원조하기까지는 농림수산부의 협조도 컸다.
운동본부는 각국에서 원조를 요청하는 물량이 1만톤이 넘어 정상적인 쌀값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농림수산부에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의 취지와 해외원조계획을 설명하고 쌀값을 특별히 인하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농림수산부는 민간구호라는 점을 고려,86년산 통일벼를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가마당 2만3천7백20원씩에 방출해주었고 도정과 국내수송에도 도움을 주었다.<한기봉 기자>한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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