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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위기감… 모처럼 제목소리/시은,6개항 이례적 대 정부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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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위기감… 모처럼 제목소리/시은,6개항 이례적 대 정부건의

입력
199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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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율화·금리자유화 시급”/내부원로 확보위한 회장제도시중은행들이 우루과이라운드(UR)등에 따른 금융시장개방과 관련,정부에 금리의 실질적인 자율화,회장제도입등 6가지 항목을 비공식적으로 건의하고 나선 것은 은행들이 국내외의 변화하는 금융시장여건에 밀려 자의반 타의반으로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진금융기법으로 단단히 무장한 외국은행들이 마구 밀려 들어오고 국내에서도 금융산업개편으로 새로운 은행들이 등장하는 판에 정부가 하자는 대로만 가만히 있다가는 시장을 더 확대하기는 커녕 기존의 시장마저 잠식당해 버리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정부에 대해 좀체 싫은 소리나 적극적인 주장을 펴지 못하던 덩치큰 시중은행들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은행들이 재무부에 6가지 항목으로 된 장문의 건의문을 제출한 것은 이미 지난 11월14일의 일인데 워낙 은밀히 처리해버려 한달여가 지나서야 확인됐다.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신탁 외환 등 6대 시중은행장들이 회합을 가진후 각 은행 종합기획부가 중심이 돼 마련한 이 건의문에서 시중은행들은 평소에 하고 싶어 했던 말들을 모처럼 다 담아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 건의문에서 우선 최고경영조직을 은행이 자율적으로 조정,구성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지난해 한차례의 좌절후 최근 다시 논의되고 있는 회장제도입의 경우에도 궁극적으로 금융당국이 도입여부를 결정짓는 권한을 쥐고 있는데 이를 은행자율에 맡겨달라는 주장이다.

은행이 민간의 주식회사라는 차원을 떠나 공익기업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은행들 스스로 영업적 이해득실을 따져 회장제의 도입여부를 각각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현재 14명으로 제한된 임원 수에 대해서도 1만명 안팎의 전체조직규모로 볼 때 2,3명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또 획일화 돼 있는 금융상품,금리규제 등으로 인해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비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스스로 진단,영업을 자율적으로 해 나갈 수 있도록 금리규제를 풀어 실질적인 자율화를 해주고 이를 통해 은행의 다양한 신상품개발이 촉진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은 외국의 대규모은행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6대 은행을 대형은행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증자와 합병등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산업 개방에 대비한 은행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의안」에 나타난 은행들의 이와 같은 지적은 그동안 금융계 안팎에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들로 계속 논의돼온 것들이다. 다만 그러한 논의들이 문자그대로 힘없는 논의로만 그쳐오다가 이번 건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셈이다.

특히 최고경영조직의 자율성 확보는 은행경영 전반의 자율성 확대를 위해서 필수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대출이나 수신활동을 경제적원칙에 의해 결정하려고 해도 괜히 정부의 눈밖에 났다가는 자리지키기가 곤란해지니 눈치를 안볼 도리가 없게된다.

정부가 은행 경영에 밤놔라 감놔라 하고 직접 간섭은 하지 않더라도 「은행장은 청와대까지 거쳐야 한다」는 식으로 임원인사를 사실상 정부가 쥐고 있으니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은행경영에 대한 원격조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임원인사등 최고경영조직을 은행 스스로 결정하는 일은 실질적인 자율성 확보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회장제만 하더라도 높은 자리를 하나 더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은행 경영차원에서는 어차피 선택해야 할 카드로 지적되고 있다.

회장제를 만들어 놓고 엉뚱하게 외부에서 낙하산식으로 자리를 치고 들어오면 몰라도 내부에서 승진해 올라갈 경우엔 은행의 정책결정이나 내부원로의 확보라는 맥락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금리의 실질적인 자율화도 더 이상 적당히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 정부 역시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해 자유화된 금리는 실질적으로 자율화하고 아직 자유화가 안된 2년미만 수신금리도 자유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자유화된 금리의 내부규제탓에 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은행들만 이득을 챙기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이번 건의는 갖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시작일 따름이다. 시중은행들은 정부편에서 해결해줘야할 과제들을 정부에 제시하는 것과 아울러 스스로도 그에 걸맞는 군살빼기 등의 노력을 보일때 비로소 참된 호소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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