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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해체된 「특명사정반」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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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해체된 「특명사정반」 결산

입력
199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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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서 정치인까지 사정칼날/뿌리깊은 「공직비리」 확인/7개월간 전국암행… 상당수 관복 벗겨/한때 금융·증권가 영향 경제위축 평도/“기강확립 미흡” 통치사정은 계속노태우 대통령의 5·7특별담화를 계기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던 청와대특명사정반 활동이 20일 고위공직자 8명 면직조치와 14개 정부투자기관장 경고처분,수범공직자 포상으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관가는 물론 한때 정치권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까지 매서운 사정한파를 느끼게 했던 「사정의 칼날」은 일단 멈추게 된 것이다.

그러나 특명사정반의 시한부 소멸에도 불구하고 노태우 대통령이 수 차례 언급해왔듯 통치사정이 완화될 가능성은 추호도 없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명사정반은 형식적으로는 해체된다 해도 노 대통령의 직접 관장하에 사정활동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리라는 게 청와대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집권 후반기 공직사회의 엄정한 기강확립과 건전사회 분위기 조성,이를 통한 법과 질서확립으로 확실한 통치기반을 세우려는 노 대통령에게는 「사정의 계속」이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노 대통령은 연내에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내각과 정부요직의 대폭적인 개편으로 통치권 강화의 인적 포석을 갖추는 한편 각 분야의 기강확립을 위해 추상같이 영을 세워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명사정반을 실질적으로 지휘해온 김영일 사정비서관이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승진 기용된 것도 이같은 관측과 결코 무관치 않다.

지난 5월 중순 대통령 특명에 의해 발족한 특명사정반은 초기부터 예상을 뒤엎는 비리 내사활동으로 관가를 비롯,각 분야에 사정의 엄정함을 실감케 했다. 노 대통령의 지기로 알려진 김상조 경북도지사 구속과,이병선 한일은행장 면직조치는 사정의 엄정성을 유감없이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이어 김하경 철도청장 홍종문 수협회장의 구속과 서병기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면직조치에 이르러서는 관가를 아연 긴장케 했으며,목영자 병원장 구속 등 사회지도급 인사에 대한 잇따른 사법조치는 특명사정반 활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폭발적으로 고조시켰다.

특명사정반은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서도 내밀하게 비리조사 활동을 벌였으며 이 결과 4∼5명의 여야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확실한 비리」가 밝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명사정반은 한때 몇몇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비리를 포착,이중 물적 증거가 확보된 인사들에 대해 사법조치를 취하려했으나 평민당 의원 전원의 사표제출파동으로 야기된 사퇴정국 등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후속조치를 유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명사정반 활동결과에 따라 지난 7개월간 상당수의 고위공직자가 소리없이 옷을 벗었다. 시·도지사 인사 때 뚜렷한 이유없이 경질된 인사들은 물론,심지어 몇몇 장·차관급 인사에서도 사정활동결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동안 각 부처 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가 면직처분을 받았는데 거의 대부분은 특명사정활동에 의해 비리가 밝혀진 인사들이다.

당초 각급 사정기관에서 차출된 정예요원으로 구성된 특명사정반은 밤낮과 일요일도 없이 만 7개월간 전국을 누볐다. 종전의 사정관행과 달리 투서나 진정서를 무시하고 새로운 방식의 기획내사를 한 것도 특기할 대목이다.

그러나 특명사정반 활동이 제반분야의 기강확립과 법질서 준수라는 순기능으로서의 긍정적 결과만을 초래한 것은 아니다. 당초의 순수한 목적과는 달리 의외의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한때 금융가와 증권시장에 영향을 끼쳐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7개월여의 특명사정반 활동결과는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해 치부를 하고 고급 유흥업소를 출입하며,사회지도급 인사가 신분을 내세워 법망을 피하는 풍조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법질서 확립과 건전기풍진작을 위한 사정의 엄정성이 고위직에서부터 말단 공무원에게까지,또는 사회지도급 인사에서부터 달동네의 서민에 이르기까지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관류하는 것이 향후 통치 사정의 과제가 될 것이다.<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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