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이 예상되어오던 공공요금과 수업료·교과서대금 등이 최고 25%에서 최하 3.1%까지 일제히 올랐다. 이번의 공공요금 인상은 그 크기가 작지 않은 탓에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으로 예견된다.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더라도 인플레의 시동은 언제나 공공요금의 인상이 맡아왔다. 그러기에 정부는 인상요인이 웬만큼 누적되더라도 공공요금의 인상만은 끝까지 신중을 기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예상보다 공공요금을 앞당겨 올림으로써 물가불안심리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공공요금 인상은 비단 인플레 기대심리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공공요금 이외의 각종 제품·서비스의 가격을 인상시키는 데 있어 억제를 호소할 도덕적 기반을 잃게 만든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대한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국제원유가도 안정세로 돌아서고 배럴당 20달러 내외 선을 유지할 경우 굳이 국내유가나 기타 파급물가의 인상을 서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여건이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 인상도 아닌 연내 인상을 단행한 것은 시기선택에 있어 잘못된 것이며 국민의 납득을 얻기에 어려운 처사라고 믿어진다.
설사 일부 업종에 적자요인이 누적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영합리화와 재정지원의 확대 등으로 어느 정도 인상요인을 보전할 수 있다고 볼 때,연내 공공요금 인상은 분명히 성급한 짓이며 결정적으로 일반물가를 자극하는 방아쇠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나 이번에 통과된 내년도 예산은 실질팽창 28%에 이르는 방대한 것이어서 예산규모상으로 보나 팽창률로 보나 인플레의 큰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터에,공공요금까지를 일시에 대폭 인상시켜놓았으니 인플레심리 조장에는 제격의 조치였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정기조의 유지가 현재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의 당면과제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팽창예산에다 공공요금 인상,방만한 통화정책까지 겹쳤으니 정부의 안정기조 지향의지는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딴 나라에서는 국제원유가 인상의 장기화에 대비해서 극도의 긴축정책을 예방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금리도 상승기미를 보임으로써 물가잡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그 반대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연말에는 물가가 뛰기 쉽고,한번 뛰기 시작한 물가는 좀체로 고삐를 다시 틀어잡기가 어려운 법이다.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정부는 국민이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물가대책을 하루속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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