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 즉각폐지·민주세력 연석회의 등 촉구/강온파간에 민주화 방법싸고 대립 우려도지난 5월의 미얀마총선에서 압승한 민주국민연맹(NLD) 소속을 비롯한 야당계 일부 의원들이 18일 집권 군사정부와는 별개의 임시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전면적인 대 군사 정부 타도투쟁을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안개속을 해매던 미얀마 정국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태국 국경지역의 무장게릴라 본부에서 수립된 「미얀마연방 거국정부」(NCGUB)는 총리겸 국방장관에 현재 가택연금상태인 미얀마 최고의 야당지도자 아웅·산·수키여사의 사촌 세인·윈을 임명하고 야당소속 민선의원들로 구성된 8인 내각을 구성했다.
NCGUB는 또 임시정부 출범선언문을 통해 집권 군사정부의 실체인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SLORC)의 즉각 폐지와 범야 민주세력의 연석회의 개최를 촉구하는 한편 외국 정부의 승인도 호소하고 나섰다.
이번 미얀마 임시정부 수립은 지난 5월 30년만에 처음으로 실시됐던 자유총선에 이은 또 하나의 「정치사건」으로 총선 이후 체제유지를 구실로 정권이양을 완강히 거부해온 군사정부측에 적지않은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론 사우·마웅 SLORC 의장을 중심으로 한 집권 군사정부가 절대적인 통제력을 장악하고 있는 미얀마의 현실정치 여건을 고려할 때 임시정부 수립이 곧바로 급격한 정치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전체의석의 81%(총 4백85석중 3백93석)를 휩쓴 NLD소속 의원들과 기타 야당의원들이 군사정부의 물리적인 강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마네르플라우」란 반군기지에서 공개적으로 임시정부의 수립을 선포함으로써 집권 군사정부의 대내적 통치명분과 대외적 신뢰성은 큰 상처를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2년 군부쿠데타로 집권한 뒤 1당독재를 유지해 오던 네·윈의 사회주의 계획당(BSPP)이 88년의 대대적인 유혈민주화 요구시위로 해체된 이후 미얀마 정국은 야당·진보적 지식인·대학생 등이 주축이 된 민주화세력과 군부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돼 왔다.
특히 지난 5월의 다당제 총선실시는 미얀마의 군정청산과 민주화가 멀지않은 장래에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켰었다.
그러나 사회주의계획당의 후신이자 현 군사정부가 내세운 꼭두각시 정당인 국민통일당(NUP)이 선거결과 10석밖에 얻지 못하는 참패를 기록하자 군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민선정부를 기대했던 군사정부는 총선 후 정권이양 약속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회의 소집을 지연시키고 헌법개정 방향을 강요해 오다 이젠 아예 군사정부 통치 계속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임시정부 수립도 그 전망이 결코 밝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독일 박사출신으로 임시정부 수반에 취임한 세인·윈의 정치적 영향력이 별로 크지 않다는 점과 임시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수가 20여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총선 이후 아웅·산·수키의 후광으로 급부상한 세인·윈이 임시정부를 주도함으로써 NLD당 의장 틴·우 등이 중심이된 온건파와 아웅·산·수키의 강경파가 군정종식 및 민주화방안을 둘러싸고 분열상을 보일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내각구성에 참여한 의원 8명이 19일 NLD로부터 전격적으로 당적을 박탈당했다.
또 임시정부가 무장투쟁을 해온 카렌족등의 소수민족과 손을 잡음으로써 군사정부의 탄압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이에 따라 NLD의 합법적인 민정 이양노력도 벽에 부딪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번 임시정부 출범은 최근들어 불교세력이 군사정부의 탄압에 맞서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등 국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만큼 파장을 일으킬 것만은 분명하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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