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51회 정기국회가 끝나는 18일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보여준 행동은 우리 의회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는 「또 하나의 추태」였다.이유야 어디에 있든 1백일의 법정회기중 70여 일을 허송세월하고 불과 30여 일 동안 새해예산안을 심의하고 국정감사를 하느라 수박 겉 핥기에 급급했던 국회는 마감날에도 끝내 파행과 변칙으로 「날림국회」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말았다.
여야가 줄다리기 끝에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자제를 30년 만에 부활시키기로 합의한 것이 그나마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시간에 쫓겨 폐회 마지막날 자정이 되어서야 안건을 무더기로 상정하여 변칙처리한 것은 이해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었다.
몇 차례 연기 끝에 이날 밤 7시30분께 간신히 속개된 본회의에는 모두 36개 안건이 상정돼 있었다. 이 가운데는 평민당측이 막판까지 재조정을 요구한 추곡수매동의안도 포함돼 있었다.
평민당은 이 동의안의 처리를 막기 위해 안건이 상정될 때마다 사사건건 반대토론에 나서는 등 고의적으로 「지연전술」을 펼쳤다.
이 바람에 폐회예정시간(자정) 30분을 남겨놓고 처리된 안건은 17개뿐이었으며 남은 시간 동안 19개 안건을 정상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박준규 국회의장은 19개 안건을 일괄상정,찬반토론 절차 등을 생략하고 30초 만에 일괄·기습처리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단상에 몰려들어 폭언과 함께 몸싸움을 벌이는 등 꼴불견을 또다시 연출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이 점고되고 있는 시점에 정치인들은 또다시 불신을 배가시키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안건상정이 이미 예고되었고 처리결과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여당에 「정치적 상채기」를 안겨주기 위해 지연전술을 사용한 평민당은 당연히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야당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사전에 정치적 절충을 하지 못한 민자당은 집권당으로서 정치력 부재 등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행동이 「야합」과 「합작」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진 것도 그래서인 것이다.
더욱 한심스러운 작태는 여야가 29.4%의 인상을 추진했다가 빗발치는 비판여론에 부딪쳐 한때 주춤했던 세비를 예산안 처리 때 슬그머니 23%나 올리는 후안무치까지 보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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