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던 가짜박사 학위사건이 또 터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치안본부 수사로 드러난 이번 사건은 취득자가 대학교수나 목사들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널리 알려진 화가 서예가 도예가 등이어서 세밑의 예술계에 입맛 쓴 화제를 안겨주었다.
이번 사건은 돈에 눈이 어두운 한 정상배와 명예에 집착한 돈 많은 예술계 졸부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빚어진 희극이다.
주범 고태만씨(68)는 지난 7월 창당돼 8월 중앙선관위에 법정지구당 56개를 완비해 등록한 어엿한 정당의 총재였으며 또다른 범인 김종일씨(64)도 한일문화진흥회 이사장,국제문화연맹 회장 등 사이비단체의 회장 직위를 내세우고 고도의 사기술로 정체를 위장했다.
고씨 등은 재일동포 행세를 하면서 경기 이천 여주 일대의 도요지와 화랑가를 통해 학력이 변변찮은 화가들에게 접근,1인당 5백만∼7백여 만 원씩 받고 가짜 예술학 박사학위증을 팔아왔다. 고씨 등은 일본에 있는 「특허대학」의 마쓰시게(송중) 학장과 짜고 가짜 학위를 수여해왔는데 「특허대학」은 이름만 대학일 뿐 일본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알선주식회사의 간판이다.
고씨 등은 특히 호텔식당 등에서 학위전달식을 하면서 일본어로만 대화하고 일본 체신청 소인이 찍힌 봉함소포 속에 든 학위증을 수여하는 등 철저한 위장극을 벌였다.
현재까지 돈을 주고 학위를 산 예술인은 서예가 김 모씨(58),도예가 오 모씨(61) 등 9명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해 11월2일 일본 동경서 열린 자칭 89년도 학위수여식 동창명부에는 한국인만 54명이나 등재돼 있어 가짜박사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진은 처음 『이천 일대 도요지에 최근 박사학위를 사고파는 경우가 많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시작했는데 학위를 받은 예술인들이 한결같이 『돈을 주지는 않았다』고 부인하는 바람에 수사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도예가 김 모씨(62)는 경찰이 찾아갔을 때 자신의 가마에 가짜 예술학 박사학위증을 걸어놓고 작업중이었다.
보도가 나간 뒤 「특허대학 예술학 박사」를 응접실에 걸어놓았던 화가들이 서둘러 떼어내는 촌극도 빚어졌다고 한다.
일본인 국제사기 브로커와 짜고 학위를 판 사람도 나쁘지만 피해자들도 어차피 정당한 절차없이 취득한 학위가 진짜일 수가 없음을 잘 알 사람들이어서 피해 사실을 호소할 처지도 못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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