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북한일 관계 재정립 불가피/북의 대남정책 수정 재촉… 대화 영향노태우 대통령의 방소에 따른 한소정상회담과 모스크바선언의 채택으로 한반도 주변정세는 더욱 급변하게 됐다.
이번 정상회담을 특징짓는 가장 큰 성과로는 한반도 냉전체제 해소의 발판 마련이 꼽힌다. 한반도 냉전체제 조성의 핵심 책임국가인 소련을 반대편 당사국인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방문,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동인식을 「조약 성격」의 선언으로 발표한 것은 그 의의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역사적 결과임에 틀림없다.
냉전체제 성립 당시뿐 아니라 현재도 한반도지역에서 강력하고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갖는 소련이 이 지역의 평화안정에 우리와 인식의 일치를 내외에 천명했다는 사실은 곧바로 냉전체제의 와해를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한소정상회담은 냉전체제의 와해와 함께 향후 남북관계 및 미·일·중 등 한반도 주변국의 관계 재정립 과정의 핵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소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정세는 더욱 가속적으로 소용돌이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번 방소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대외정책 변화를 재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특히 내년초 더욱 심화될 경제난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교섭중인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는 한편 미국 등 다른 서방국가와의 관계개선을 적극 모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북한의 대외정책 변화는 어쩔 수 없이 사회개방 등 대내 변모에 이어지게 되며 결국 대남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받게 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
특히 이번 한소정상회담에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밝혔듯이 남북대화의 진전을 위해 소련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될 경우 북한은 대내 필요성에 직접적인 대외 압력에 겹쳐 변화의 발걸음을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노 대통령 방소에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보인 나라는 역시 일본이다.
일본 언론들은 「모스크바선언」 등 방소 기사를 연일 주요기사로 취급하면서 특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이같은 일본의 태도는 일본 외교의 2대 과제인 소련과 북한과의 관계개선 문제가 이번 한소정상회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한소정상회담에 대한 반응에서 보여지듯 한소 관계 급진전에 내심 「추월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일본은 내년 4월께로 예정된 고르바초프의 방일을 계기로 북방 4개 도서문제를 비롯한 일소 관계진전을 적극 모색할 것이 예상된다.
또한 한국의 북방정책과의 균형을 명분으로 북한과의 접근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현단계에선 고르바초프에 대한 지원 필요성 등으로 우리나라와 소련과의 접근에 반대를 표시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측으로서도 정·경 양측면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한미 관계를 의식,노 대통령 방소 전 미국측과 긴밀한 협의를 갖는 등 한소 관계설정에 미국과의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만큼 갈등의 소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소련측이 집단안보체제나 한반도 비핵지대화 문제 등을 계속 거론하고 있어 외교적 측면에서 한미·한소 관계의 「균형찾기」는 당분간 어려운 환경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한소정상회담의 성과는 한반도 주변의 핵심국가인 중국을 자극,동북아지역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대한 관계증진을 촉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처럼 이번 한소정상회담의 파장은 1∼2년내 한반도 주변정세의 급격한 변화라는 소용돌이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구한말과는 달리 능동적으로 그 중심축에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이번 방소의 의미는 증폭된다.
다만 이번 한소정상회담에서 6·25 및 KAL기 폭파사건 등 불행한 과거사에 대한 소련정부의 유감표명이 국민감정과 일치되지 않는다는 점은 앞으로의 한소 관계에 불필요한 불씨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이번 정상외교의 결실이 동북아 질서재편에의 능동적 참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내치」가 뒷받침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라 할 수 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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