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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 의장,경호실장에 뜻밖 회동제의/노대통령 방소에 얽힌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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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 의장,경호실장에 뜻밖 회동제의/노대통령 방소에 얽힌 뒷얘기

입력
1990.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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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고」 소재 정치풍자 인용에 폭소/라이사,관례 깨고 김여사와 100분 티타임/수행원들,「라면여행」 불구 “환대 빚졌다”노태우 대통령 내외의 방소일정 3박4일은 가장 짧은 해외순방이었으나 가장 많은 뒷얘기들을 남겼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원수 방문이면서도 노 대통령 내외는 소련에서 어느 나라 방문 때보다도 가장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정상회담의 형식과 내용,고르바초프 대통령 부인인 라이사 여사의 김옥숙 여사에 대한 따뜻한 환대,KGB의 철통같은 「그림자 경호」,우리측 수행원들에 대한 대통령궁과 외무성 관계자들의 우의 넘친 배려 등은 보통의 정상외교 관행을 벗어나는 일들이었다. 노 대통령 내외와 수행팀에 대한 이같은 배려는 고르바초프 대통령 내외의 직접지시에 의한 것으로 나중에 알게 됐다.

○범죄정보 교류 등 합의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지난 14일 하오(현지시간) 이현우 청와대경호실장은 크류치코프 소련 KGB 의장으로부터 『한번 만나자』는 뜻밖의 전갈을 받았다. 크류치코프는 소련 권력서열 3위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에 버금가는 실력자로 이 경호실장은 다소 당황했다는 것. 이 실장은 KGB본부에서 크류치코프를 극비리에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 내외에 대한 소련당국의 경호내용을 친절하게 설명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과 크류치코프 의장의 회동에서는 경호사항 외에 테러 등 범죄와 마약 등에 대한 정보,필요할 경우 인적 교류를 하기로 합의했다는 것.

청와대 경호관계자들은 이번 소련방문 기간 『가장 편안하게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할 정도로 소련 경호당국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췄다.

노 대통령 방문기간중 KGB 모스크바본부와 레닌그라드지부는 비상태세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움직일 때마다 현역 육군 소장인 KGB 주요간부가 사복차림으로 수행해 일선 지휘를 담당.

또한 노 대통령이 탑승한 KAL 특별기가 소련 영공내에 비행할 때는 소련 전역의 방공망이 비상태세를 갖추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음도 뒤늦게 알려졌다.

○“바보 나에게 맡겨라”

○…노­고르비간의 단독회담에서는 복잡한 정치문제 외에 가벼운 조크도 나눠 두 사람의 친밀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새삼 확인했다. 정상회담은 보통 20∼30분간의 단독회담에 이어 1시간 안팎의 확대회담으로 이어지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의 경우 단독 2시간5분에 확대회담 5분 정도로 이뤄졌다. 확대회담을 위해 많은 자료를 챙기고 대기하고 있던 양측 배석자들은 단 5분간의 「들러리」로 끝이 난 셈이다.

단독회담중 한반도문제가 1시간30분간 집중논의됐는데 모든 사안에서 완전 의견일치를 보았으나 모스크바선언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주변국의 이해와 관련된 미묘성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두 정상이 폭소를 터뜨렸던 조크 내용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정치풍자를 노 대통령이 인용한 대목. 노 대통령은 미테랑·부시·고르바초프 대통령을 각각 풍자한 대목중 「고르비는 경제참모 1백명 중 1명의 똑똑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말을 인용,『나는 여기 올 때 많은 수의 경제참모와 기업인을 수행시켰는데 그 중 똑똑한 한 사람을 알고 있다』고 말했는데,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즉각 이 말을 받아 『그 똑똑한 사람을 나한테 맡기고 떠나십시오』라고 응수해 폭소를 터뜨렸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진행중 김옥숙 여사는 라이사 여사와 별도 티타임 형식의 환담을 나눴는데,라이사 여사는 외교관행을 깨고 「30분간」의 환담시간을 1시간40여 분 간으로 연장해 사실상 오찬행사를 가졌다. 라이사 여사는 지금까지 미국·서독 등 주요국가의 퍼스트레이디와는 30분간의 크렘린궁 관례를 지켜왔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두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의 내조,가정일,자녀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얘기들을 나눴다.

김 여사는 소련방문 기간 공식행사에서 한복을 계속 차려입어 소련 주요인사 부인들로부터 많은 부러움을 샀다.

김 여사가 입은 한복은 모스크바의 추위에 대비키 위해 모양을 달리해 만든 것.

이 때문에 소련사람들은 김 여사의 실제 나이를 믿지 않고 있더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노 대통령 방문 다음날로부터 아들 재헌군 부부가 합류해 만찬 등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도 특기할 사항. 재헌군은 미국의 한 대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체미중 연구소 일로 모스크바에 출장왔다가 자연스럽게 방소행사에 합류했다는 것.

○…노 대통령 내외는 방소기간 하루 4∼5시간의 짧은 수면을 취해야 할 정도로 많은 일정을 가졌다.

빠듯한 일정과 소련내 여러 사정 때문에 대부분의 수행원들은 미리 준비해간 라면 등 간이식으로 끼니를 대신할 경우가 많아 이번 여행을 「라면여행」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한 수행원은 『소련의 극진한 환대에 빚을 진 기분』이라며 오히려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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