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등 합작추진 불구 검문검색은 강화『나는 레닌이 내방에서 논의되는 사업내용을 듣지 않도록 그의 동상을 복도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외국 투자유치를 담당하고 있는 쿠바의 한 고위관리의 이 말은 동구 공산정권의 몰락 이후 정통 공산주의의 고수를 표방하면서도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돈」을 끌어들여야 하는 쿠바의 고민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냉전기간 동안 쿠바경제를 지탱해준 동구와 소련으로부터의 원조가 끊기면서 심각한 경제난과 함께 원유부족사태에 직면한 쿠바 정부는 그동안 기피해 왔던 외국자본의 투자유치를 통해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속에 관광산업과 생명유전공학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쿠바는 지난해 관광사업으로 1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혁명이후 정부가 관리해온 북부해안 관광지에 스페인·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의 투자자들이 호텔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을 허용한데 크게 힘입었다. 이러한 성공에 고무된 쿠바 정부는 더 많은 외국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관광업체에 대한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율을 50% 이상까지 허용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관광산업분야 못지않게 외국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야는 첨단과학분야이다. 최근 완공된 현대식의 생명유전공학 연구센터에는 3백42명의 과학·기술자들이 주당 84시간 연구한다는 전제 아래 입주생활을 하고 있다.
이 연구센터는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마케팅의 노하우가 부족,채산성에는 아직 많은 문제가 있다. 바로 이점 때문에 외국자본과 경영기법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쿠바 정부의 이같은 외국자본 유치노력은 적지않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투자유치 실무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관리들은 경제적 필요와 이념적 원칙의 괴리에 고민하고 있으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국인의 풍요를 눈으로 직접 보게된 일반 민중들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내핍생활에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쿠바인들이 외국인과 자주 접촉하면 할수록 더 많은 변화를 원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쿠바인들은 외국인들의 풍요한 물질생활뿐 아니라 지금껏 공산체제하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믿어왔던 의료보험등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혜택을 자본주의국가의 국민들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고 부러워 한다. 하지만 카스트로 정권의 입장은 단호하다.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서방자본의 유치는 불가피하지만 그것이 체제개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서방자본과 함께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이 유입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쿠바 정부는 쿠바인과 외국인이 접촉하는 것을 극력 막으려 하고 있다. 최근 호텔에서 개최된 토론회에 참석하려다 검문검색을 당했다는 한 쿠바인은 「경찰은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검문한다고 하나 그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쿠바인과 외국인과의 접촉이다」라고 내뱉었다.<이종수기자>이종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