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농업 등도 노골적 개방거부 움직임EC(유럽공동체)통합 시한이 오는 92년말로 박두한 가운데 최근 경제통합협상이 일부 업계의 개방거부 움직임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86년부터 시작된 EC경제통합협상은 올들어 모두 2백79개 관련 지침중 1백83개 지침은 원칙에 합의,법안제정작업에 들어가는 등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최근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과 관련한 시장개방문제 등에 대해서는 자동차 항공등 일부 업계와 농민들이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섬으로써 막바지 진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
현재 시장개방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이들 업계는 그동안 주로 내부카르텔 등을 형성,유럽지역에서 독점적인 고수익을 보장 받았었고 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강력한 정부로비를 통해 협상타결을 지연시키거나 예외조항을 주장,시장개방효력을 약화시키는등 온갖 교묘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중 최근 협상 진행상황에 대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업계. 일제 자동차의 시장잠식을 우려,그동안 수입쿼타제가 시행돼온 프랑스·이탈리아 등지의 자동차업체들은 시장이 전면 개방될 경우 회사의 존립까지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그 유보조항 마련을 위한 대 정부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현행 수입쿼타제는 일제 수입승용차의 수를 프랑스에서는 전체 시장규모의 3%,이탈리아는 1%로 제한하는 한편 공히 평균 10%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지역에서 일제 승용차는 이같은 가격상의 핸디캡에도 불구,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유럽인들이 돈을 갖고도 차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등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마당에 쿼타제가 폐지되고 시장이 완전개방되면 유럽승용차들은 도저히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쿼타제가 없다면 생산성이 우수한 일제 승용차들은 당장 25% 이상의 가격인하가 가능해진다는 것.
유럽자동차업계가 존속을 고집하고 있는 또 하나의 독점규정은 이른바 「전속중개상제도」.
즉 미국의 경우 자동차중개상이 여러업체의 다양한 차종을 취급하며 업체간 경쟁적인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있으나 유럽지역에서는 자동차회사가 중개상을 종속시켜 자사차종만 거래하도록 함으로써 가격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이지역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수입쿼타제나 전속중개상제도 등과 같은 독점규정이 제거되면 업체들의 이익은 어느정도 감소하겠지만 승용차의 가격 및 품질경쟁이 치열해져 유럽의 소비자들은 연간 약 3백30억달러의 승용차구입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업체들의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지금까지 강력한 카르텔을 유지해온 유럽의 항공업계도 임박한 EC경제통합과 시장개방에 대해 초조한 입장.
이들 항공사들은 현재 카르텔규정에 의해 항공료·운항횟수 및 노선 등을 조정해 오고 있는데 항공료의 경우 미국에 비해 30%,비카르텔 회원사들에 비해서는 10%가 비싼 상태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지역에 타대륙 항공사의 진출은 철저히 봉쇄당하고 있고 한 국가에서 운항허가를 내준다해도 나머지 국가들이 착륙 또는 영공통과를 거부하는등 폐쇄성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태.
지난해에는 영국 브리티시항공사가 런던에서 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지로의 항공료를 대폭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나머지 카르텔회원사들의 위협과 반발에 부딪쳐 철회하기도 했었다.
농업분야는 유럽국가들 사이에서 조차 이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각국의 농산물가격수준과 정책보조금 규모가 서로 달라 협상에 애를 먹고 있는 것.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영국과 독일로부터 양이 싼 값에 대량수입되자 분노한 농민들이 양 수송트럭을 탈취,불을 지르는 등 소동을 벌였다.
경제통합협상과정에서 이처럼 나라별 업종별로 현저한 내부입장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EC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상호이견을 조정,2년후 정치·경제적 완전통합을 달성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이종수기자>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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