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뿌리깊은 민족갈등/유고 연방 해체될 것인가(세계의 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뿌리깊은 민족갈등/유고 연방 해체될 것인가(세계의 창)

입력
1990.12.17 00:00
0 0

◎「코소보」사태 이후 또 한번 결정적 위기 직면/세르비아서 패권추구 대통령 당선따라/북부지역 반슬라브주의 다시 고개들어/무력사태 돌발우려도이념으로 분단됐던 독일을 재결합시킨 동유럽개혁의 물결은 이제 그 방향을 틀어 이데올로기에 묶여있는 다민족 연방국가 유고를 해체시키고 있다.

비단 유고뿐 아니라 소련 체코 등 대다수 다민족 연방국가가 이데올로기의 국가 결속력이 약화되면서 핏줄에 따른 연방해체의 진통을 겪고 있지만 특히 유고는 지난 9일 실시됐던 세르비아·몬테네그로 2개공화국 총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국가해체 단체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2개 공화국 선거에선 지난해 이후 세계의 대세인 공산당 정권의 몰락과는 정반대로 집권 공산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재집권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주목할 것은 연방내 최대 공화국인 세르비아공의 대통령 및 의회선거에서 「세르비아패권주의」의 기수 슬로보단·밀로세비치 현대통령과 그의 집권 사회당(구공산당)이 압승을 거둔 점이다. 이는 유고를 세르비아와 반세르비아 진영이 격돌하는 내란의 소용돌이속으로 몰고 갈지도 모르는 위험요인으로까지 지적되고 있다.

유고가 현재 직면한 연방분열의 상황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각 민족의 강한 독자성 때문에 국가통합이나 국민적 동질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고의 사회·역사적 배경을 간과할 수 없다.

6∼7세기경 다뉴브강을 따라 남부로 이주한 모든 슬라브족을 총칭하는 용어인 「유고슬라비아」(남부슬라브족)를 국명으로 채택한데서 엿볼 수 있듯 유고는 소련을 제외하곤 유럽에서 가장 이질적인 요소들로 모자이크된 나라이다. 하나의 국가에 2개의 문자,3개의 종교,4개의 언어,5종류의 민족,6개의 공화국과 2개의 자치주가 혼재해 있다.

오늘날 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6개 공화국은 대략 7∼12세기에 걸쳐 각자 단일민족국가를 형성하고 이후 주변 강국의 침략과 지배속에서도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지켜온 뼈대 있는 민족집단이다. 그중 세르비아를 중심으로한 남부지역은 터키와 그리스 등의 지배를 받아 이슬람 및 동방 정교의 문화를 많이 흡수했고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지배하에 있었던 크로티아와 슬로베니아 등 북부지역에는 서유럽문화가 깊게 침투했다. 이런 맥락에서 유고 연방의 분열은 러시아적 동방문화권과 서구지향적 로마 가톨릭문화권의 뿌리 깊은 대립·갈등의 소산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터키의 지배에서 벗어나 1882년 왕국을 재건한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이 1914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를 암살함으로써 1차대전을 촉발시켰던 것은 「세르비아 민족주의」가 표방하는 바를 극적으로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줄곧 세르비아가 주도하는 발칸반도의 통일과 유럽 여타 강국의 간섭배제를 기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세르비아는 1945년 현재의 유고 건국 이후 강력한 중앙집권 정치체제와 연방정부의 경제통제를 주장해 왔다. 반면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북부 공화국들은 정치·경제의 지방분권화를 요구해 왔다.

「숙명적으로 분열이 예정된 국가」라는 소리가 나올만큼 결속력이 약한 유고가 건국이후 통합된 국가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국부로 추앙받는 티토의 강력한 지도력과 카리스마에 힘입은 바 크다. 티토는 각 공화국간의 대립이 격화조짐을 보이던 1971년 양대 진영의 대표격이랄 수 있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공의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을 대거 숙청,갈등 요인을 잠재우고 「유고슬라비즘」이라는 국가통합이념을 제시,적어도 겉으로는 공화국들의 결속을 이루었다.

그러나 티토 사후인 80년부터 유고의 연방해체 움직임은 다시 시작됐다. 티토 사망후 유고는 6개 공화국과 2개 자치주 대표로 구성된 간부회의에 의해 통치돼 왔는데 이같은 집단지도체제의 약점인 지도력 부재로 이후 각 공화국간 갈등이 심화돼 왔다.

내연돼온 갈등을 첨예한 형태의 대립으로 표출케 한 가장 최근의 계기는 지난해 2월 세르비아공내 알바니아인들의 코소보자치주에서 터진 민족분규. 차별대우와 자치권 제약에 항의하는 코소보자치주의 알바니아인들을 세르비아공 정부가 무력으로 탄압하자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여타 공화국이 「세르비아의 패권주의」를 비난하고 나섬으로써 반세르비아 진영이 구축됐다.

이후 대 세르비아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공화국은 슬로베니아공. 이 공화국은 인구수는 2백만명(총인구의 8%)에 불과하지만 유고수출의 30%,GNP의 20%를 차지하는 가장 부유한 공화국으로 지난 4월 총선에서 「1년내 연방탈퇴」정책을 내건 민주야당연합(DEMOS)이 승리,세르비아공의 중앙집권 강화 개헌 움직임에 일격을 가했다. 이어 지난 5월 크로아티아공의 총선에서도 즉각적인 연방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크로아티아 민주동맹(CDU)이 압승하는 등 가장 작은 몬테네그로공을 제외한 4개 공화국의 반세르비아 전선이 형성됐다. 이들 공화국은 자체군대 창설을 선언하는 등 분리독립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고 영토의 3분의 1과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최대공화국인 세르비아공 대통령에 극단적인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인 밀로세비치가 당선된 것은 주목할 사실이다. 세르비아인들 사이에선 「제2의 티토」로 추앙받고 있는 그는 영향력 확대를 위해 여타 공화국간의 일전도 불사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관측통들은 전체 장교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세르비아인들이 군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경우 분리독립 움직임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김현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