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관원」따른 그린벨트 축소는 불합리(경제인광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관원」따른 그린벨트 축소는 불합리(경제인광장)

입력
1990.12.17 00:00
0 0

◎이춘섭 건대부동산학과교수/국가도 사인과 동등하게 취급돼야정부는 얼마전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내에서 일정한 경우에 주택의 증축면적을 넓히고 체육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린벨트내 민원을 해결하고 그린벨트의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데 이와 함께 관의 청사·보훈병원 차고지 등을 위해서 그린벨트를 해제하였다. 그리고 그린벨트에 관한 각종 결정권을 대폭적으로 시장·군수에 위임하였다.

후자에 대해서 신문의 비판이 거세다. 이번 조처는 민원을 빙자한 관원의 해결이고 그린벨트 훼손에 관이 앞장 섰다는 것이다. 그리고 압력에 약할 수 밖에 없는 하부 말단기관에 책임을 떠 맡김으로써 사실상 그린벨트를 포기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제3공화국이 평화선을 포기하더니 제6공화국은 그린벨트를 포기한 것이라고 까지 한다.

이런 비판에 대해서 정부는 오해라는 주장이다. 대부분 그린벨트인곳에 신도시가 생긴 경우에 달리 입지할 곳이 없다면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청사를 지을 수 밖에 없지않느냐고 반문한다. 차고지도 기존 주택지에서 구할 수 없으니 도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부기관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처리기준이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고 지방자치를 하는 마당에 자치단체에 권한위임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하는 설명이다.

어느 편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

그린벨트 보존에 관해서(일본은 실패를 하였지만)우리나라는 이제까지는 성공한 사례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주인은 대개 수도 외곽이 산으로 둘러싸여 다른 나라보다 보존이 용이하다는 것 외에,사람들은 고 박대통령의 집념을 거론한다. 당시에도 허가기준은 자세했지만 법률상 허가권자인 시장·군수가 외압을 이겨내지 못하자 시장·군수의 허가사항을 대통령 자신이 직접 결재를 하였었다.

따라서 이제까지 그린벨트가 지켜져 온 것이 허가기준이 자세해서가 아니라 그 처리가 상부기관에서 결정된 점에 있다면 일선기관에 책임을 떠맡기는 것을 그린벨트의 포기내지 약화로 우려하는 것은 근거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지방자치를 권한 위임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그린벨트 업무가 도시,따라서 당해 자치단체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므로 이해관계상 국가사무인것을 간과한 주장이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된 선진국에서는 지방유지·지방건설업자의 용도변경 내지 개발압력에 지방정부가 취약한 것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고유한 자치사무인 도시계획의 용도변경 문제를 차라리 중앙정부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린벨트가 주민에게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끼치면서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 예산상의 이유로 싼 그린벨트를 훼손해서 청사나 보훈병원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돈을 가지고 사려고 해도 마땅한 땅이 없다고 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도시계획을 할때부터 챙겼으면 될것이 아닌가.

도시계획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너무 무관심했거나 처음부터 싼 그린벨트를 이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여하튼 도시계획이 안된 현실에서 그린벨트에 청사나 보훈병원을 지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필자는 이렇게 재반문하고 싶다. 사기업들이 사무실이나 병원을 지으려다 그린벨트 때문에 안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국가도 마찬가지로 하여아 할것이 아니냐고. 이것이 국가라 하더라도 사인과 같은 입장에서 맺는 법률관계는 사인과 마찬가지로 취급한다는 조리법의 정신이 아니냐고 말이다.

이번 기회에 분명히 말해 두고 싶은 것은 그린벨트의 이용은 원칙적으로 이용의 목적·기능에 의할 것이지 주체가 관이나 민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인과의 격리상 폐결핵병원을 그린벨트에 허가한다면 민간병원이라 하더라도 들어갈 수 있지만 외과병원은 대통령의 치료를 위한 대통령의 보훈을 기리는 국영병원이라해도 금해야할 것이다.

통계는 80년부터 지금까지 관의 공공시설 신축으로 인한 훼손이 67만평이라고 한다. 그린벨트주민 1백16만명의 주택증개축으로 인한 훼손이 66만평이고 보면 그동안 관의 그린벨트 훼손이 심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간 이런 비리가 자행된 것은 관의 훼손이 국민여론의 지탄을 심하게 받지 않은 데에도 큰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 어찌 여론의 중요성이 관의 그린벨트 훼손 방지 뿐이겠는가. 사회가 민주화 될수록 그린벨트를 지키는 것은 대통령 한사람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여론일 것이다. 교통정체·주택난·공해 등 도시문제의 고통속에서 사는 현대인에게 도시 팽창을 억제하는 그린벨트에 관심을 가질 것을 호소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