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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조바심/문창재 동경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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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조바심/문창재 동경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0.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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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간의 「모스크바선언」은 전세계를 놀라게 한 세 밑의 빅뉴스였지만 일본처럼 이를 「경악」으로 받아들인 나라도 아마 없을 것이다.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15일 아침 일본의 신문들은 일제히 1면 톱과 외신 면에 걸쳐 「모스크바선언」을 보도했으며,일본정부는 이례적으로 14일 저녁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을 정도였다.

사실 일본과 소련은 2차대전의 교전당사국으로 전후 4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국교만 맺고 있는 기형적인 외교관계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소련이 전후 점령해 오고 있는 일본의 북방 4개 도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도 그의 「동방정책」 추진에 장애가 됐던 한국과 일본문제 가운데 이번에 한국문제가 해결돼 이제 자연스레 일본 문제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일본이 한소정상회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한소 두 나라 사이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급템포로 진전을 이루자 경계심과 당혹감마저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정부의 이같은 시각은 공식논평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논평은 우선 『두 나라 정상의 회담은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한 뒤 『한일 양국은 대소 관계에서 서로 긴밀한 의견교환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측은 일소 관계의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줄 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담담한 내용인 것 같지만 그 행간에는 매우 착잡한 시선이 숨어 있다.

「일소간의 문제점」이란 바로 북방 4개 도서반환에 관련된 현안이다. 일본은 소련에 대해 정치(북방 4개 도서반환문제)와 경제(대소 경제협력)는 분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정경분리」 방침을 취하고 있음을 한국이 잘 인식,한국이 앞으로의 대소 관계에서 배려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이 정치와 경제를 한 보따리에 묶어 타결한 데 대한 불안감도 있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고르바초프의 방한시기가 내년 4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방일보다 앞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한소정상회담 때만 해도 일본은 두 나라 국교수립과 정상의 상호방문이 이토록 빠르게 실현될 줄은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대소 경제교류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을 충고했던 터였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서운해 하기 보다 이제는 한국이 추월에 조바심을 내게 된 것이 최근 6개월간 일본의 입장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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