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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청소년에 「배움의 보금자리 22년」/한강실업학교 끝내 폐교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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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청소년에 「배움의 보금자리 22년」/한강실업학교 끝내 폐교위기

입력
1990.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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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임대교실 비워달라” 요구/인근 건물은 월세갑절… 엄두 못내/사제 백방노력 불구 독지가 없어/교사 “기름때도 못씻고 나오던 학생들인데…”22년 동안 서울 영등포·구로지역 근로청소년들의 배움터였던 한강실업학교가 폐교위기에 처했다. 교실이 없어 끝내 서울시교위에 사회교육시설 폐쇄신고를 낼 수 밖에 없게 된 한강실업학교의 주·야간학생 8백22명과 교사 22명은 『학교를 살리려고 모든 방법을 다 써보았으나 보람이 없게 됐다』고 애태우고 있다.

영등포구 양평동4가 7의3 한강실업학교는 정식 교교가 아닌 「문교부 학력인정 사회교육시설」. 교장 진정인씨(46)는 68년9월 문맹퇴치를 위해 양평2동 동사무소 지하실을 빌려 한강 재건학교라는 야학을 열었다. 그뒤 양평동4가 6의 임대건물을 사용하게 되면서 한강 새마을학교로,10년 뒤인 86년에 서울시교위의 인가를 받아 고교학력이 인정되는 사회교육시설로 힘겹게 발돋움했다. 그간 배출한 졸업생만도 5천7백55명에 이른다.

하지만 84년부터 임대해준 건물주인 ㈜크라운(대표이사 은언기) 측은 학교 건물을 자사의 창고로 사용하겠다며 지난 2월말까지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보증금 4천만원에 월 5백25만원의 임대료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월세가 적어도 1천만원인 다른 건물로 이전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학교측은 시교위에 인근 구 영남국민학교 시설 사용을 요청했지만 『재정적자 보전을 위해 매각될 것이므로 불가하다』는 대답뿐이었다.

건물주는 법원의 명도소송을 거쳐 지난 8월17일 방학중에 책·걸상 등을 끄집어 냈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끈질기게 호소,내년 2월말까지 계약을 연장해준다는 「화해각서」를 겨우 얻어냈지만 이전비용 마련은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학생들을 비롯한 동문·학부모·교사들은 각계에 호소문을 돌리고 가두모금운동도 벌였으나 겨우 2천여만원을 마련한 정도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시교위는 더이상 학교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지난 11월20일까지 학교폐쇄 신고를 하도록 권고했다.

진교장은 시교위관계자를 만나 12월10일까지만 기다려줄 것을 요청하고 지난달 28일 없는 돈을 털어 「학교를 맡을 독지가를 찾습니다」라는 눈물겨운 신문광고를 냈다.

그러나 순수한 육영차원에서 학교를 맡으려 하는 사람은 없었다.

교사들은 일자리를 잃는다는 걱정보다 『술취한 것처럼 용접일로 벌개진 얼굴을 하고,등교시간에 맞추느라 기름때도 씻지못하고 나오는 학생들의 모습 때문에』 너나없이 뛰어다녀 보았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상업담당 김성연교사(31)는 『작업장에서 손가락 2개를 잃고도 열심히 필기하는 여학생은 어떻게 되는거냐』고 묻고 있다.

진교장은 아무 대책이 마련되지 않자 학교문을 닫기로 하고 사회교육 시설을 폐쇄할 경우 30일전까지 시교위에 신고하게 돼있는 사회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지난 10일 폐쇄신고서를 내기로 했었다.

그러다가 다시 1주일만 연기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는데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어 17일에는 폐쇄신고서를 낼수밖에 없게됐다.

13년간 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안영환교사(42·한문 담당)는 『보잘것 없는 학교 하나쯤 없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국에 47개나 되는 같은 처지의 다른 학교들을 생각해서라도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를 문닫게 내버려두는 것은 정부의 사회교육 진흥정책과도 어긋난다는 것이다.<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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