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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질서 재편 출발점/「모스크바선언」과 방소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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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질서 재편 출발점/「모스크바선언」과 방소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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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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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군축문제 첫 방향제시/전쟁해소·통일기반조성 큰 획/소 체제 불안정·양국 급속한 밀착 역작용도 경계해야1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간의 한소정상회담에 뒤이어 양국 대통령이 서명·발표한 「모스크바공동선언」은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의 화해·협력구조 정착을 위한 질서재편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소정상회담과 「대한민국과 소비예트사회주의연방간 관계의 일반원칙에 관한 선언」으로 함축 표현되는 모스크바선언은 그 형식과 절차 및 선언내용에서 다각도의 평가와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부분적으로는 한반도지역에서의 전쟁위협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기여의 의미를 내포하고,포괄적으로는 동북아지역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한 정치적 안정장치로서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비록 국제사회의 일반원칙으로 볼 수 있지만 선언에 「핵 및 재래식 군비경쟁의 완화」를 명시함으로써 동북아지역에서의 군비축소 문제와 관련해 최초로 전향적 방향설정을 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미소의 주도로 유럽지역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군비축소 문제는 아직도 동북아지역에서는 논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군비경쟁 완화」 명시는 특기할 만한 대목임이 분명한 것이다.

정상회담과 모스크바선언을 통해 양국간의 불행했던 과거문제가 비록 미흡하기는 해도 어느 정도 매듭을 짓게 된 것도 한소 관계발전의 실질적 바탕마련이라는 측면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공동선언에는 「양국 관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면서…」라는 애매하면서도 완곡한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는데,청와대관계자는 이 표현이 실무당국자간 오랜 진통 끝에 정상회담 하루 전인 13일에서야 비로소 타결을 본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관계자는 이 대목이 「6·25남침과 KAL기 추락사건 등 불행했던 과거사에 대한 양국의 공식인식에 입각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냉전시대에 있었던 불행한 과거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 밖에도 공동선언을 통해 양국간 실질협력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정상간의 지속적인 대화유지와 정부수준의 분야별 협의가 공식화됐다는 점도 정상회담의 수확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모스크바공동선언은 종래의 외교관행을 벗어나 세계와 주변국의 의표를 찌르는 「외교의식」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왜냐하면 정상회담에서의 선언은 관례적인 공동성명과는 달리,미래지향적이며 완전 합의된 부분만을 명기하는 형식으로서 보다 강도 높게 국제적 인정감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국은 이 선언내용을 다듬기 위해 지난 11월말부터 약 보름간에 걸쳐 수차례 협의를 해왔다. 협의당사자는 주소 한국대사관과 소련 외무부였으나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일일이 지침을 시달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로는 노·고르바초프의 합작품 성격이 짙다.

청와대당국은 선언문의 협의과정에서 우리측의 의견이 충분하게 반영됐다고 말하고 있다.

소련측은 선언문안에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집단 안보협의체 구성추진 ▲한반도 비핵지대화문제 명시 ▲한미 관계를 겨냥한 「제3국과의 관계재조정」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세 가지 대목은 결과적으로 완전 삭제됐거나,내용과 의미에서 소련측 의도와 달리해 표기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과 공동선언,모스크바대 연설을 마침으로써 방소 3박4일의 중요일정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방소는 자신은 물론 한국국민에게 「희망과 불안」의 기대를 동시에 갖게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전체적으로는 그의 방소가 긍정적 평가와 전망을 갖게 하리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방소 결과가 향후 장미빛 낙관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지금으로서는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 질서재편 기류에 능동적으로 대처,또는 기여해 자신의 국제정치적 위상과 입지를 크게 부상시켰다.

그의 북방정책 입안과 추진업적의 당연한 귀결이라 해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한반도 전쟁위협 해소와 평화통일 기반조성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이같은 기여와 역할은 집권후반기에 들어선 노 대통령에게 국내 정치에서 플러서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고르바초프 대통령과의 친분관계가 강화됐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의 요소로 덧붙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수차례의 친서교환으로 상당한 친분관계를 맺었다고 보여진다. 초강대국 정상과의 친분은 국가이익에도 큰 도움을 주며 국제정치무대에서 효율적 「외교무기」가 되는 사례는 많다.

한편으로 소련 국내정세와 고르바초프체제의 불안정성은 앞으로 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한소간의 급속한 밀착이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케함으로써 오히려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될 만하다.

모스크바 한소정상회담을 계기로 각 분야의 교류·협력 활성화는 한국경제의 「소련러시」가 예측되고 있다. 이 밖에도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의 군축문제가 본격 거론될 가능성이 크며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모스크바정상회담이 실현됨으로써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은 좀더 구체적으로 가시권에 들어섰다.

노 대통령은 단독회담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남북관계와 관련,매우 「깊이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는 향후 남북관계에서 중요변화로 나타날 것이 거의 틀림이 없을 것이다.<모스크바=이종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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