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독립 거의 확립”/오늘 퇴임 이일규 대법원장

◎“공정위해 사생활 절도 갖춰야/법관 술자리 합석 부끄러운 일”「통영 대꼬챙이」 이일규 대법원장(제10대)이 15일 정년(70세)을 맞아 취임 2년5개월만에 퇴임한다.

6공출범 직후 김용철 전 대법원장의 연임을 반대,사법부 쇄신을 요구한 젊은 법관들의 서명파동,여소야대의 국회에서 대법원장 지명자의 부결 등 사법부 안팎의 난제를 떠안고 88년7월 취임한 이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과도기적으로 자리만 지키지 않고 사법부 독립과 민주화에 역점을 두고 일하겠다』고 밝혔었다.

역대 어느 정권때 보다도 정치권력에 의해 사법권이 위축됐던 5공에서 벗어나 「의연한 사법부」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속에 재조와 재야의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사법부 소생」의 중임을 맡았던 이대법원장은 14일의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제 사법부 독립은 거의 확립됐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의 요체는 법관이 남의 간섭이나 압력,유혹에 빠지지 않고 소신대로 재판하는 것으로 다른 기관이나 제도가 갖다주는게 아니라 법관 스스로 이룩해야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사법부가 재판의 공정·신속으로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대법원장은 최근 물의를 빚은 대전 폭력배와 판사의 술자리 합석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사회의 지탄을 받게돼 크게 부끄러웠다』며 『이 일을 계기로 1천여 법관들이 처신과 행동에서 보다 조심하도록 각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법원장은 45년여의 법관생활을 통해 가장 중시해온 덕목으로 『헌법과 법률,그리고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하는 일』을 꼽았으며 『이를 위해서는 사생활에서도 절도있고 공평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이대법원장은 인사적체에 따른 법원내의 불만여론에 대해서도 『법관에게는 승진이라는 말이 있을 수 없다』며 『시골이든 대도시든 어떤 자리에서도 소신있게 일하는게 법관의 대원칙』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마음 편히 갖는 것 외에 아무런 건강비결이 없다는 이대법원장은 『당장은 쉬었다가 내년에 얼음이 풀리면 사무실을 내 변호사 활동을 하겠다』고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다.<신재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