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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기자의 취재활동/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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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기자의 취재활동/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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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총리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 온 북한기자들이 12일 남한 당국과 사전 협의도 없이 임수경양 집과 대학을 기습방문한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이다. 기자가 취재 욕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북한기자들의 저돌적인 취재행각은 단순히 취재 차원을 넘어 그들의 체제를 선전하려는데 더 큰 목적이 있는 것 같아 먼저 씁쓸한 생각이 든다. 기자들 한두명이 나선 것도 아니고 몇개조로 나누어 동시에 뛴 것으로 보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 틀림없고 보면 무슨 저의에서 그런 무단행동을 했는지가 우선 궁금해진다.남북 고위급회담 합의각서에는 분명히 「상대측의 안내와 질서에 따른다」는 규정이 있는 데도 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하면서까지 멋대로 행동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조그만한 절차문제에 대한 합의도 지켜지지 않는 마당에 불가침협정을 맺은들 뭣하며 군축협상을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나친 확대해석이 될지는 모르지만 회담 분위기를 엉뚱하게 흐려놓으려는 저의가 혹시 숨어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입장을 바꿔서 만일 남한 기자들이 평양에 가서 같은 행동을 한다면 북한 당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들의 기습취재중 아무일도 없었던 게 다행이지만 만일 불의의 사고라도 있었더라면 어떻게 될 뻔 했는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아찔해진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한 당국은 앞으로의 회담운영방식을 보다 개방적으로 개선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 같다.

회담의 대표나 수행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기자들은 서로가 상대방의 사회내부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으며 그 호기심에 비례해서 취재욕이 발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도 안내와 경비라는 이름 아래 지나치게 자유활동을 제약해온 게 사실이다. 오고가는 횟수도 늘어나고 했으니 이제는 학생이나 시민이나 길거리 시장터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면 대화라도 나눌 수 있게하고 특별히 가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으면 서로 가능한한 안내해주는 융통성을 발휘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특히 남한은 개방된 다원화사회가 자랑거리요 장점인데 북한에서 경직된 태도로 나온다고 해서 우리까지 경직되게 회담을 운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북한 사람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지나친 경비도 문제지만 평양에서 일반 주민들과의 접촉을 금지한다고 해서 서울에서도 똑같이 일반시민들과의 대화 기회를 봉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개방사회인 서울은 평양과 비교해서 무엇인가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번에 일어난 북한기자들의 기습취재사건은 사전협의라는 신축성이 발휘되었더라면 아주 자연스러운 취재활동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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