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견지로 발판마련 초점 남측/미군철수 겨냥 「불가침」치중 북측/북,「팀훈련」트집 불구 서방관계 고려 4차회담 응할 듯제3차 남북 고위급회담이 13일 가시적 성과없이 막을 내렸다. 남북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관계개선의 접근방식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를 확인했다. 양측은 그러나 상대방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향후 대화의 효율적 진전을 위한 발판을 쌓았다고 할 수 있다.
양측은 그동안 각종 회담에서 다양한 수식어와 논리로 서로의 감춰진 입장을 포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은 북측이 대남 혁명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침선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북측은 동·서독식의 통일논의에는 반대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우리측은 과거 무원칙하게 비쳐졌던 대북 접근자세에서 탈피,확고한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려 애쓴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지난 1·2차 회담때와 비교할 때 다소 경색 또는 후퇴한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규정해 가는데 있어 중요한 뼈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우리측이 내놓은 논리는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노선 포기와 이에 따른 상호체제 존중 약속의 바탕위에서 정치·군사문제와 교류협력문제를 동시에 풀어가자는 것.
물론 이러한 입장은 지난 1·2차회담때부터 견지돼온 것이지만 지난 10월 평양 2차회담에서 북측이 갑자기 불가침선언을 제기한 이후 대응과정에서 다소 혼란스럽게 비쳐진 것이 사실이다.
우리측은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내놓은 방안에 대한 대증요법식 방법보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처방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즉 「말뿐인」관계개선보다는 실질적인 개선을 이룩해야 한다는 정부내 의견이 수렴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모양만 바꾼채 사실상 불가침선언을 들고 나왔다고 판단,기본틀의 합의를 강력히 제기했다고 할 수 있다. 표면상의 회담진척보다는 우리의 명백한 입장을 북측에 전달하는 쪽이 장래의 관계진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북측은 남북관계가 동·서독과 같이 흡수통일의 길을 걷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 안병수 대변인이 밝혔듯 북측은 우리측의 「기본합의서」라는 명칭에서부터 동·서독 기본조약을 떠올리며 알레르기반응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북측의 이러한 입장은 우리측의 북방외교에 대한 반응에서도 잘 나타난다. 북방외교를 「청탁외교」라고 억지주장을 편 북측은 우리의 「개방」유도를 자신들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측은 이처럼 흡수통합에 대한 경계뿐 아니라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는 기존 대남 전략의 토대위에서 이번 회담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연형묵 정무원 총리의 기조연설에서 명백히 밝혔듯 불가침선언을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주한미군 및 핵무기 철수주장의 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와 함께 우리측이 강력히 제기하고 나선 우선 합의제안에 전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아직 실질적 관계개선의 태세를 갖추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우리측이 내놓은 제안중에는 비방·중상중지,적십자회담 재개,설악산·금강산 공동개발,직통전화설치,필요물자 직교역 등 북한으로서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 명백히 드러난 양측 입장은 4차회담에서 다시 절충될 것이나 현 단계에선 팀스피리트 훈련에 대한 북측의 태도 때문에 4차회담 자체의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북측은 이 훈련이 열릴 경우 회담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4차회담의 날짜를 이 훈련기간중으로 제시함으로써 우리측에 압력을 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으로서도 경제사정이 내년에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춘궁기 식량부족 등이 겹칠 것으로 예상돼 대 서방 관계개선의 전제인 남북 관계개선문제를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곤경에 몰리면서도 기존 대남정책을 계속 고수하고 있는 이유중 중요한 부분이 우리 내부의 통합력 결여라는 점임을 생각할 때 내년초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적 안정여부도 회담개최 및 가시적 성과 도출에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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