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설 맞느냐” “도와줘야 연임” 화답/북측 「강총리」 호칭 계속 눈길/화기속 만찬 “초부득삼” 회담진전을 기원/연총리,북 음악단 일행에 “수고했다” 격려/국악관람후 청중함께 「우리의 소원」 합창제3차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할 북한대표단 일행 90명이 12일 입경,신라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3박4일간의 서울 체류일정에 들어갔다.
연형묵 정무원 총리 등 북측 대표단 일행은 이날 시종 차분하면서도 밝은 모습들로 다시 찾은 「서울」을 실감하며 여유있는 표정들이었다.
○…연 총리 등 북측 대표단은 상오 11시48분 판문점서부터 동승했던 홍성철 통일원 장관의 안내로 숙소인 신라호텔에 도착,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영훈 총리가 『어서 오십시오』라며 악수를 건네자 『오래간만입니다』라고 화답.
양측 총리는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한 뒤 회담장인 호텔 2층 다이너스티홀 옆에 마련된 남북 대표 상견례장으로 올라가 양측 대표단과 함께 10분여 동안 환담.
○“눈온걸 보니 잘될 것”
강 총리는 『오늘 서설이 온 걸 보니 회담이 잘 풀리려나봅니다』라며 『우리 말에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이 세 번째 회담이고 이미 친구가 됐으니 잘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표시.
이어 강 총리가 숙소인 신라호텔에 대해 『언제 지은 건물이냐』고 묻자 강 총리는 『우리가 평양서 좋은 집에 묵었는데 서울서 묵을 장소를 고르다 보니 여기가 괜찮고 교통도 편리하다고 해 정했다』고 설명. 연 총리는 특히 『남쪽 TV에서 강 총리가 사임할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사임설」을 먼저 거론.
이에 대해 강 총리는 『남북회담을 잘못한다고 언론이 물러가라고 하는 것』이라며 『연 총리가 잘 도와줘야 내가 그대로 남을 수 있지 않느냐』고 대답.
연 총리는 이어 『지난번 2차회담 때 서울시장 주최 만찬에서도 남측 인사들이 강 총리가 잘한다고 얘기하더라』며 『사임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안심했다』고 언급.
회담 전망을 묻는 보도진의 질문이 잇달자 연 총리는 『그 질문은 나보다도 강 총리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슬쩍 남쪽에 책임을 강조. 이에 강 총리는 『나는 항상 낙관적인데 연 총리께서 가끔 비관적이신 것 같다』고 부드럽게 응수.
환담을 마친 양측 대표단은 낮 12시10분께 상견례장을 나와 21∼22층의 숙소로 올라갔으며 강 총리는 22층의 연 총리 숙소까지 배웅,『잘 쉬십시오』라고 인사하는 것으로 상견례를 마감.
북측 대표단은 12시30분께부터 호텔 23층에 마련된 전용 식당에서 한정식으로 점심식사.
이어 최봉춘 책임연락관 등 북측 수행원들은 하오 2시부터 회담장,대표대기실,북측 기자실 등을 둘러보며 직통전화의 연결상태를 점검.
○청중들 박수로 환영
○…북측 대표단은 신라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하오 4시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1시간30여 분 동안 창극·판소리 등을 중심으로 한 특별공연 「소리여,천년의 소리여」를 관람.
이날 연 총리의 입장을 알리는 장내 방송과 함께 무대 뒤편의 대형 스크린에 남북 총리가 손을 흔들며 입장하는 모습이 비춰지자 장내를 가득 메운 2천여 명의 청중은 일제히 박수로 이들을 환영했고 남북 총리 등 대표단은 2층 로열석에,수행원과 기자단은 그 주위에 자연스럽게 착석.
공연은 국립무용단의 「북의 대합주」로 시작,판소리 「흥부전」,창극 「아리랑」과 국립국악원·국립창극단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는데 특히 마지막 순서에서는 남북 대표단과 일반 관람객이 함께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는 감격적인 모습.
이에 앞서 서예관에 들른 남북 대표단과 북측 기자들은 조경희 예술의 전당 이사장의 안내로 전시중인 각종 서예작품들을 감상.
연 총리는 서예관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 「조국통일을 바라면서」라고,강 총리는 「예술의 전당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라고 쓰고 서명.
○2시간여 동안 진행
○…이날 저녁 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강 총리가 북측 대표단을 위해 마련한 만찬은 북측 대표단 일행과 우리측 정부 각료·학계·언론계·전현직 남북대화관계자 등 2백80여 명이 참석,시종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
이날 만찬은 북측 대표단이 공연관람 일정지연으로 7시30분께야 도착,예정보다 30분 늦게 시작됐으며 양측 총리는 만찬장 입구에 나란히 서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교환.
남북 총리는 이날 만찬사를 통해 12일 회담에 앞서 화해협력의 기본틀과 불가침선언 채택의 당위성을 각각 강조.
강 총리는 『초부득삼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만남에서 좋은 진전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총리회담 진전을 위한 건배를 제의,만찬장 분위기를 고조.
만찬의 헤드테이블에는 강·연 총리를 비롯,민관식 평통 부의장,채문식 전 국회의장,김용식 전 외무장관,최호중 외무장관,김상협 한적 총재,이홍구 청와대정치담당특보,유창순 전경련 회장,남덕우 무역협회장,홍성철 통일원 장관 등이 자리를 같이해 환담.
○…연 총리는 만찬이 끝난 뒤 하오 9시50분께 만찬장 옆에 마련된 「상봉장」에서 성동춘 단장을 비롯한 평양민족음악단 일행을 20여 분 간 만나 격려.
이날 북측은 상봉장에 북측 인사들만 남고 우리측 안내요원과 기자·호텔봉사요원들은 모두 나가줄 것을 요구.
특히 북측 기자들은 이곳에서 『자리를 정돈해 달라』는 북측 통제요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취재에 열을 올려 「집안뉴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반영.
○북측 전향적 입장시사
○…지난 1,2차 회담에서 강 총리에 대한 「총리」 호칭을 공·사석에서 분리,사용했던 연 북한 총리가 이번에는 공·사석에서 모두 「총리」 직함을 불러 북측의 전향적 태도변화와 관련,주목.
연 총리는 이번 회담의 최초 공식행사인 만찬답사에서 『강연훈 총리선생』이라고 분명히 호칭한 데 이어 답사를 읽어가는 동안 시종 「총리」 호칭을 사용.
연 총리는 이에 앞서 판문점 통과시 홍성철 통일원 장관과의 대화와 숙소도착 후 강 총리와의 환담석상에서도 줄곧 「총리선생」이라고 언급.
이에 대해 김형기 남북대화사무국 공보관은 하오의 정례브리핑에서 『연 총리뿐 아니라 다른 북측 대표들도 꼭 「총리」 호칭을 쓰고 있다』며 『이는 이번 회담결과에 대한 긍정적 요소의 하나』라고 나름의 평가.
○과열취재없이 차분
○…프레스센터에는 내·외신기자 3백여 명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 하지만 이미 회담이 2차례나 열린 탓인지 1차 서울회담 때와 같은 「과열」 취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이와 관련,외신의 경우 1차회담 때는 60여 명의 비상주특파원이 몰렸으나 이번에는 프레스카드 신청자가 20여 명에도 채 못 미쳐 고위급회담의 실효성에 대한 외신의 회의적 시각을 반영.<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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