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중인 폭력대부들이 불리한 증언이 나오지 않도록 조직원에게 지시한 메모지가 교도소 밖으로 나오고 수사검사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사실은 우리나라 행형사상 처음있는 일로 검찰은 물론 국민까지 긴장케 한다.공권력에 대한 이같은 정면도전은 국가는 물론 국민에 대한 능멸을 의미한다. 국민된 입장에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공권력의 무력함과 폭력조직의 방자함에 두루 분통이 터진다.
폭력·범죄조직의 원조격인 미국의 마피아도 공권력에 대한 도전만은 불문율의 금기사항으로 여기고 있어 콜롬비아를 빼고는 이같은 사태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다. 우리나라도 정치인과 공권력 스스로가 폭력조직의 간을 키운 끝에 세계에서 제2의 콜롬비아로 전락하겠다는 것인가. 엄청난 나라망신에 부끄러움마저 금할 수가 없다.
결국 사태는 올 데까지 왔다. 제 살을 베어내는 아픔이 있다 해도 과감히 내부전열을 가다듬어 차제에 폭력조직을 철저히 뿌리뽑는 일만 남았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조직을 박멸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실을 당국은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 이같은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그 원인은 자명하다. 독재·부패정치권은 과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거에 이기겠다는 생각만으로 폭력조직을 정치에 이용하고 그들의 검은 돈마저 받으며 유착관계를 이뤄왔었다. 쓸개빠진 일부 공직자나 공권력기관의 사람들도 정치권의 행태를 닮아가거나 쉽사리 유혹에 빠져 단속을 소리치면서도 큰 조직을 사실상 조장하거나 묵인,오늘의 화를 당하게 된 것이다.
도둑이 감히 안방차지를 기도하고,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려는 조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전과투성이 폭력조직 대부들이 버젓이 사회단체 등 각종단체의 장자리에 앉아 행세를 하기 시작했고,일제단속이 있을 때마다 정보를 미리 연락받아 여유있게 해외로 도피하거나 수배대상에서 수월하게 빠지기도 했던 것이다. 들끓는 여론과 사회불안으로 최근 범죄전쟁이 시작되고 차츰 유착관계에도 금이 가면서 일부 의원이나 판·검사 등의 관련혐의가 비로소 노출되기에 이르렀던 것도 지금 보면 폭력조직에 의한 방자한 전쟁의 서막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당국이 범죄전쟁과 단속만 소리칠 뿐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은 수감중인 폭력조직 대부들이 구치소 안에서 사전모의를 하고 전화로 보복전쟁을 지휘토록 방치한 사실만으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과연 이러고도 범죄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이번 사태의 결론도 자명해진다. 첫째 범죄와의 전쟁 이후 강력범죄 등이 수그러지지 않고 있는 터에 이같은 일까지 발생한만큼 관계장관들이 자리를 걸고 범죄소탕에 대한 각오를 재천명하는 등 정권차원의 결의를 다시 다질 때가 되었다.
둘째로 한시적으로라도 범국가적이고 범국민적인 폭력·범죄전쟁본부를 설치하는 등 조직과 운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조직에는 민간인들도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전쟁은 공권력만의 일이 아니라 국민적 참여도 절실한 것이다.
셋째로 단속과 교도행정기관에 대한 철저한 숙정과 쇄신인사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
넷째로 폭력조직원들에 대한 중형과 격리도 아울러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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