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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품을 사먹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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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품을 사먹자(사설)

입력
1990.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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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에서 열린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은 핵심쟁점인 농산물부문에서 주요당사국들인 미국과 EC가 합의를 보지 못한 채 7일 폐막됐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제기된 농산물시장 개방문제,농업보조금 삭감문제 등은 우리에게 상당기간 여운을 남기는 힘든 과제로 다가서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농산물시장 개방문제 외에도 쌀 재고관리,추곡수매가격 및 수량의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으며 올해도 배추,마늘,고추 등의 작황과 관련,시련을 겪고 있다.농수산물 축산물 등은 계절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가 저장기간이 짧아서 물량관리에 어려움을 지니고 있고,그래서 잇달아 유통구조나 작황조절이라는 기술적 어려움까지 겹치는 것이다.

애써 가꾼 작물들이지만 과잉생산,소비감소 등 요인으로 운반비에도 미달하는 정도로 가격이 폭락,허다한 양을 생산현장에서 폐기하는 사례를 요즘 김장철에 농민들은 실제 겪고 있는 것이다.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른 식생활 패턴의 변화는 쌀,배추 등 전래의 주종품목 소비의 감소를 초래했고,여기에 국제화시대의 흐름까지 가세하여 시장개방압력이 만만치 않은 외풍으로 닥쳐드는 게 오늘의 우리 농촌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나라 농가나 사정은 비슷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처럼 농경국가에서 탈피한 지 얼마 안 되는 입장에서는 농업은 단순히 하나의 산업종목으로만 볼 수 없고 민족의 뿌리가 얽힌 유서깊은 한 「생활형태」로 자리하고 있는 의미도 지닌다.

식생활이 아무리 변했다 해도 우리의 주식은 여전히 쌀이고 또 채소류다.

태어나서부터 익숙해진 기후와 풍토 속에서 토산 양식을 취하며 지내는 데에서 우리는 자연스러운 생활흐름을 느끼며 살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의 몸과 향토가 따라 떨어져 있지 않다는 신토불이사상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우리 농촌이기에 우리가 아껴야 하고 우리 농촌의 생산품이기에 소중히 가꾸고 먹어야 한다. 옹색한 배타주의는 응당 경계해야 하지만 경박한 인스턴트식품에 의한 식생활의 오도나 왜곡도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새로운 생활양식에 맞는 식생활 개선은 바람직한 일이나 고유음식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 전래음식과 한과 등을 현대적인 입맛에 맞게 개발하는 것도 주요과제가 된다.

우루과이라운드의 다자간고위회의는 내년 1월에 다시 열리고 농산물시장 개방압력은 단계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 시장확대라는 득도 있는만큼 우리로선 농산물분야에서 점진적 개방을 모색하되 그에 대응하여 일관성 있는 농정으로 구조조정체제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같은 점에서 보면 얼마 전에 사회일각에서 벌어진 우리농산품사먹기캠페인은 시의적절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신토불이정신을 내세운 이 캠페인이 싼값으로 밀려올 외국 농산물의 압력에서 우리 농촌을 지켜주는 활력의 불씨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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