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서울에서 제3차 남북총리회담이 속개된다.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은 남의 「화해·협력을 위한 선언」(8개항)과 북의 「불가침선언」(7개항)을 어떻게 조정·절충시키는가 하는 문제이다. 표면상 두 선언은 매우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7·4공동정신을 재확인하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무력에 의한 침략을 하지 않으며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직통전화를 가설하는 내용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남쪽이 선 신뢰구축을 확고히한 다음 군사적 위험성 제거문제는 정치·군사위원회에서 상세하게 검토,설정하자고 한 반면 북한의 불가침선언은 그들의 변함없는 대남적화통일전선전략의 실천수단으로 삼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은 불가침선언을 조속히 합의한 후 이를 기조로 외세배격 논리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하고 이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에는 대남교란적화를 관철시키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세계 역사상 불가침협정처럼 어려운 합의는 없다는 게 일반론이다. 아무리 견제·보장장치를 마련해도 실효성이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2백여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민족상잔의 전쟁을 치른 뒤 아직도 적대와 경계의 고비가 여전한 상황에서 불가침선언 한 장으로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은 환상이라 할 수 있다.
정전위와 중립국 휴전감시위 등의 장치를 두르고 37년간 북한이 위반을 밥먹듯 자행했던 휴전협정이 웅변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불가침선언이나 협정을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갖가지 사고방지 및 견제장치를 확고하게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회담과 관련,북한에 대해 충심으로 기대하는 것은 불가침선언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접어두고 남북간 교류와 협력에 선뜻 호응해 달라는 것이다. 오늘날 북한의 경제사정은 산업의 파탄과 극심한 양식난 등으로 매우 어려운 형편임은 전세계가 잘 알고 있다. 지난달 연형묵 총리의 중국방문도 식량공급 등 긴급경제원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일본과의 수교를 서두르는 것도 경제난 타개를 위한 방편으로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북한은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 남한은 3차회담에서 남아 도는 쌀과 북한의 철광석·석탄 등을 교환할 것을 적극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는 결코 일방적인 자선과 시혜와 구원이 아니라 동족으로서 보완적인 교역인 것이다. 쌀과 철광석 등의 교환을 시발로 다각적인 경제협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끝으로 이번 3차회담을 고비로 남북은 총리회담 운영방법을 대폭 개선할 것을 제의하고자 한다. 사실 현재와 같이 서로 체면과 주장만을 고집하는 자세로 시종할 경우 총리회담은 10년이 지나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 동서독의 전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즉 그들은 두 차례의 공개된 총리회담에서는 상대방의 제의를 1백% 거부로 일관했으나 그 뒤 비공개로 각료회담을 꾸준히 진행,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듯 오늘의 통독의 기틀이 될 각종 합의를 하나하나 이끌어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판문점이나 서울과 평양에서 비공개 각료급 접촉을 갖고 사안을 하나하나 심도있게 절충조정하고 총리회담은 짧게는 3∼4개월 또는 6개월에 한차례씩 열어 이를 확인,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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