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침공사태 국제적 관심 희석” 반대/아랍 “이중기준”반발… 연합전선 동요 우려미국이 팔레스타인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중동 평화회담문제를 놓고 심각한 외교적 딜레마를 겪고 있다.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억류중인 모든 외국인 인질들을 석방하겠다고 천명한 바로 6일 유엔본부에서는 유엔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 대사들이 중동 평화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유엔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흘러 나왔다.
아랍국들이 오래전부터 개최를 촉구해온 이 회담에 대해 미국을 제외한 4개 상임이사국 모두가 그 필요성에 대해 동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완강한 거부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이라크가 쿠웨이트 철군과 팔레스타인 문제해결을 연계시킨 이후 미국의 입장은 한층 경화되었었다. 중동 평회회담 개최를 거론하는 자체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희석시킬 뿐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미국이 중동 평화회담 개최를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동의했다는 뉴스는 후세인의 인질 전원석방이라는 쿠웨이트 침공 이후 가장 극적인 평화제스처와 함께 페르시아만 사태의 평화적 해결가능성을 한층 증폭시켰던 것이다.
당시 외신 보도내용을 정리해 보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6일 비공개회합을 갖고 중동 평화회담 개최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고 ▲그 초안내용은 지난달 쿠바·예멘·말레이시아·콜롬비아 등 안보리 비상임이사국들이 안보리에 제출한 결의안 초안보다 상당히 완화된 것이었으며 ▲당초 6일 하오로 예정되었던 이 결의안 표결이 샤미르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방문 이후로,약 1주일 가량 늦춰졌다는 것이었다.
후세인의 극적인 평화제스처와 함께 페만사태의 평화적 해결가능성을 한껏 부풀렸던 이 보도는 그러나 이후 미국에 의해 강력하게 부인됐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하원외교위 청문회에서 『미국은 아랍이스라엘 분쟁에 관한 국제회의 개최를 권고할 의사도 없으며 그러한 회의를 소집하려는 유엔안보리의 결의안을 지지하고 있지도 않다』며 이를 강력 부인했다. 또한 남미를 순방중인 부시 대통령도 칠레 산티아고에서 미국이 중동 평화회의를 추진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그러나 부시와 베이커의 부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대 이라크 무력사용 결의안채택 이후 유엔에서의 미국의 입장은 중동 평화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전진적인 입장을 취할 것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쿠바·예멘·말레이시아·콜롬비아 등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에 대해 반대 또는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안보리 비상임 4개 이사국은 미국이 대 이라크 최후통첩 결의안을 제출할 당시 2건의 대 이스라엘 결의안을 동시에 제출했었다. 국제중동 평화회담 개최 촉구결의안과 템플사원 학살사건에 대한 유엔의 조사를 거부하는 이스라엘 규탄결의안이 그것이다.
4개 제안국들은 예멘이 12월 안보리의 의장국이 된 것을 계기로 이 2개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생각이었던 것이다.
물론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이 결의안을 부결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이라크에 대한 아랍 연합전선이 동요를 보일 가능성이 있고 또한 아랍문제에 대해 미국이 「이중기준」을 갖고 있다는 이라크의 지속적인 주장이 강한 설득력을 얻게 될 것임은 자명한 노릇이다. 이와 같은 사태진전이 이루어질 경우 오는 1월15일 최종 철군시한을 앞두고 국제적 여론의 지지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미국으로서는 크나큰 외교적 실패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해 볼때 중동 평화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미국이 자세변화를 보였다는 지난 6일의 보도와 이를 부인한 부시나 베이커의 태도에서 미국의 딜레마를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부시와 베이커의 완강한 부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것은 물론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발과 국내 친이스라엘 세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샤미르 총리는 국제 중동 평화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미국이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보도를 접하고 『이스라엘은 어떠한 종류의 국제회담에도 참석할 의사가 없다』며 강력한 반발을 보였다.
내년 1월15일 최종 철군시한을 앞두고 아랍국과 세계 여론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강력한 우방인 이스라엘을 다독거려야 하는 미국외교는 두마리의 토끼를 쫓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는 것이다.<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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