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긴 열리지만 「기대」 어려워/북,대일 접근·중소 압력에 “참가”/「불가침선언」 싸고 남북 깊은 골/남,신뢰조치 먼저 요구·북,대내외 선전 노려 적극남북 양측이 7일 고위급회담 책임연락관 접촉을 통해 북측 대표단의 명단과 우리측의 신변안전보장 각서를 교환함에 따라 제3차 고위급회담은 예정대로 오는 11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되게 됐다.
북한측은 최근 베를린 3자회담 대표들의 구속문제를 놓고 우리 당국을 비난하면서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을 듯한 태도를 취했으나 이날 대표단 명단을 통보하고 대표단의 서울체류 일정에 최종 합의함으로써 회담자체를 거부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는 북한이 대내적으로 고위급회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일본과의 관계개선,중소의 계속되는 대화종용 등 거부할 수 없는 외부압력에 직면해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서로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미 3차례에 걸쳐 열린 실무대표 접촉에서 상호입장을 충분히 확인했으며 서로의 입장차이가 현단계에서 좀처럼 좁혀지기 힘들 것이라는 점도 양측 모두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실무접촉에서 우리측은 「남북 관계개선 기본합의서」를 채택한 뒤에 불가침선언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한 반면 북측은 불가침선언 및 교류·협력 선언을 동시에 체결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이는 일견 불가침선언의 채택을 둘러싼 순서문제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속에는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양측의 근본적인 시각차가 내재되어 있다.
북한측은 기본적으로 「불가침선언」이라는 명칭에 큰 관심을 갖고 이의 관철에 힘을 쏟고 있다.
불가침선언의 채택은 자연스럽게 미국과의 평화협정,주한미군 및 핵무기철수라는 북측의 계산된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북한은 불가침선언의 의미있는 실천보다는 기존 대남정책의 구체적 실현과정으로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또 불가침선언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일본 등 서방과의 관계개선에 활용하려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일본 등 우리의 우방들은 북한의 접근에 대해 남북관계의 의미있는 진전을 관계개선의 전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대외적으로 설득력 있는 불가침선언을 채택함으로써 남북 관계진전의 증거로 삼으려는 듯하다.
이에 반해 우리측은 북한이 기존의 대남 전략을 그대로 고수한 채 대외적인 필요에 따라 전술적 대응을 계속하는 상태에서 불가침선언의 채택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남북 관계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불가침선언을 대남 선전공세 및 대일 관계개선에만 이용하려는 북측의 의도가 명백히 보이는 상황에서 채택에 동의할 수는 없다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불가침선언에 앞서 남북 관계개선 기본합의서의 채택과 이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측은 이 합의서안에서 ▲상대방 체제존중 및 비방·중상 중지 ▲신문·라디오·TV 상호개방 ▲인적교류·협력실시 및 통행·통신·경제교류 합의서 채택 ▲이산가족상봉 및 재결합 추진 ▲군비경쟁 지양 및 군사적 신뢰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들에 합의한 뒤에야 불가침을 실제로 보장할 수 있는 「불가침선언」의 채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우리측의 이러한 입장은 표면상 평양 2차회담에서 조금도 진전이 없는 듯한 인상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최근 일련의 남북대화에서 보여준 북한이 불성실한 태도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정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은 우선 지난 9월 서울 1차회담에서 합의한 이산가족문제에 대해 전혀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 양측은 지난 10월 평양 2차회담이 끝난 한참 뒤에야 합의애 따른 적십자 실무접촉을 가졌으나 종전의 상태에서 한 치도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양측은 공식접촉일 하루 전인 지난달 7일 수석대표간의 비밀접촉을 가졌으나 의견을 좁히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북측이 약속을 깨고 비밀회담 개최사실을 공개하는 바람에 우리측이 불신만을 키웠다.
우리측은 이같은 북측의 태도에 실망을 느끼고 전반적인 남북관계를 재검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북한은 평양 2차회담에서 우리 대표단의 가족상봉과 관련한 합의사항 위반 등 잇단 위약과 함께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더욱 강도높게 함으로써 불가침선언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양측의 시각차에 따라 이번 서울 3차회담에서도 남북 양측은 평행선을 그으며 접점찾기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측도 이러한 점을 의식,서울회담 참가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담기간중 노 대통령의 방소는 북측의 자존심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변수에도 불구,극심한 경제난과 이에 따른 대일접근 필요성,중소의 대화종용 등 외압에 따라 회담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같은 북한측이 동기가 우리측의 가시적 신뢰조치 요구와 맞아떨어질 경우 이번 3차고위급회담의 성과는 기대될 수 있을 것이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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