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은 대인관계로 인화등에 무난/일부선 외압차단·개혁역할 회의적/동기 중 선두… 80년엔 법관 숙정작업 관여노태우 대통령이 7일 차기 대법원장으로 김덕주 대법관(57)을 내정함에 따라 김 대법원장 내정자는 오는 15일 정년퇴임하는 이일규 대법원장의 뒤를 이어 앞으로 6년 동안 사법부를 이끌게 됐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동의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임명동의에 별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8년 7월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당시 정기승 대법관이 1차 지명됐다가 야당 의원들의 무더기 기권 또는 반대로 부결됐던 때와 달리 거여국회에서는 민자당 의원만으로도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형식적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자당은 오는 10일 국회본회의에서 후임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상정해 처리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어 설사 야당이 반대한다하더라도 임명동의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달 중순께로 예정된 소련방문 이전에 후임대법원장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최근 몇몇 법조계 인사들을 불러 차기사법부 수장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인선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재야에서 특별하게 내세울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는데다 ▲이 대법원장이 재야에서 영입된 케이스이고 ▲지난 88년 소장법관들의 서명파동 이후 재야에서 4명의 변호사가 이례적으로 대법관에 임명돼 사법부내에 극심한 인사정체가 있었다는 점등을 들어 재조인사 중에서 대법원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해왔다.
김 대법관이 내정소식이 전해지자 대법원 관계자들은 『후임 대법원장이 90년대에 법조계를 이끌어 갈 수장일 뿐 아니라 한국의 향후 정치·사회구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중있는 자리인 점을 감안,정치적 외압에 의연하면서도 국민생활에 밀접한 사법행정을 과감히 개선할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충남 부여 출신인 김 대법원장 내정자는 청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난 56년 고시 7회에 합격한 뒤 34년 동안 법관의 외길을 지켜왔다.
명석한 두뇌와 논리정연한 판결문,원만한 성품으로 선후배의 신망이 두터워 일찍부터 대법원장감으로 꼽혀 왔다.
또 초임 법관 시절부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항상 동기생들보다 한발앞서 선두주자로서의 화려한 길을 걸어왔다.
81년 「법관의 꽃」이라고 하는 대법원판사에 임명됐다가 86년 재임용에서 탈락,2년여 동안 변호사 개업을 하다 이일규 대법원장의 인정을 받아 재야영입 케이스로 변호사 3명과 함께 다시 대법관에 발탁됐었다.
그러나 법조계 일부에서는 김 대법원장 내정자가 대쪽 같은 선비형이나 그릇이 큰 보스형이라기보다 사법부 구성원간의 화합과 안정을 추구하는 데 적합한 성품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차단하고 과단성 있는 개혁을 단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79년 서울민사지법원장으로 재직할 때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에 대한 총재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일과 지난 80년 신군부세력의 뜻에 맞춰 법관숙정에 관련됐던 점에서 이같은 면모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재야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 내정자가 지난 10월 법정구속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를 보석으로 풀어주는가 하면 제3자 개입의 해석을 둘러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소수의견을 낸 점 등을 들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90년대의 법조계를 이끌어 갈 후임 대법원장으로서 얼마만틈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사법부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가 김 대법원장 내정자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창민 기자>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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