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상오11시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건물 4층 회의실에서는 또 하나의 새 회사가 탄생했다.매일 수십 개의 회사가 새로 생겨나고 또 그에 맞먹는 수의 회사가 문을 닫기도 하니 하나의 새 회사 탄생이 별로 주목을 끌 일은 없다. 그러나 이 회사는 앞으로 은행의 현금수송을 전담,때때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는 현금 강탈사고를 막아줄 「한국금융안전주식회사」였으므로 특히 주목을 받고 금융계의 각별한 환영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창립총회는 오히려 달갑지 않은 눈총 속에서 치러졌다.
당연해야 할 금융계의 환영이 야릇하게도 따가운 눈총으로 변해버린 것은 이 회사의 설립과정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당초 현금수송회사의 설립문제는 지난해 한때 대형 금융사고가 빈발하면서 개별은행 차원에서 이에 대응할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공식제기됐었다.
한동안 진행되던 이 논의는 그러나 올 들어 은행 경영수지가 다소 악화된데다 검토과정에서 드러나는 갖가지 문제점 등으로 인해 수면 이하로 잠기는가 싶더니 몇 개월 전부터 갑자기 다시 떠올라 갑작스러운 창립으로 낙착됐다. 가라앉던 논의가 다시 떠오른 데 대해서는 관련기관에서 자리마련을 위해 강력히 밀고 있다는 분석이 쫙 퍼졌었다. 이후 은행들은 설립 반대의사를 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비쳤으나 이에 아랑곳없이 회사설립은 기정사실화돼 갔다.
이 회사는 아직 일할 사무실도,현금을 수송할 차량 1대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준비없이 회사부터 실립해 놓은 것은 혹시나 예상 못 한 차질이 생기기 전에 일을 일단 마무리하자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창립총회 임원선임에서 육사 13기의 김행복 한국보증보험 감사가 사장에,또 청와대 경호실의 한흥태 경호5과장이 상무에 선임된 것은 그 동안의 일반적 예측이 대체로 사실이며 앞으로 1백명 넘는 직원채용 과정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낙하산식 인사도 인사려니와 가장 큰 문제는 한편으로는 은행더러 개방에 대비해 군살을 빼라고 요구하면서 자기 필요가 있을 때는 은행에 군살을 붙이도록 강요할 때 당국의 위신과 체모가 말이 아니게 구겨지지 않겠느냐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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