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검문경관까지 사살… 일도 “전쟁중”(야쿠자가 몰려온다:5)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검문경관까지 사살… 일도 “전쟁중”(야쿠자가 몰려온다:5)

입력
1990.12.08 00:00
0 0

◎세력다툼 치열 툭하면 총격전/마약·도박과 공생… 기업 협박 주식 강탈도/경찰청,법 정비·특별차량 도입 전면전 채비일본 야쿠자 조직의 횡포가 최근 극심해져 일본 경찰당국이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는 등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조직간의 세력다툼으로 툭하면 총질을 해대는 야쿠자들이 지난달 오키나와에서 경찰관 2명을 살해하자 경찰청은 지난달 29일 폭력대책연구회를 발족,폭력대책 입법을 하기로 한 것이다. 새 법에는 ▲폭력단의 불법수익을 몰수 또는 동결시키거나 세금을 추징하고 ▲세력다툼에서 총기사고가 일어날 경우 사무실과 차량사용을 규제하며 ▲총기소지의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으로 돼 있다. 권총을 쏘면서 결사적으로 싸우는 일이 금년들어 부쩍 늘어난 때문이다.

일본 경찰에 의하면 올들어서만도 전국에서 1백39건의 이른바 「대립항쟁」 사건이 일어났다. 권총발사 사건은 작년 한햇동안에만 2백68건이 발생,10년전에 비해 4배나 늘어났는데 이중 태반이 전국 제패를 노리는 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산구)조와 지방폭력단간의 싸움이었다. 야쿠자 간부들은 권총 1정이 단원 10명몫을 한다면서 모든 단원에게 권총을 지급할 계획으로 있어 총기사건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폭력대책 입법의 필요성을 대두시킨 오키나와 사건은 야쿠자끼리의 세력싸움이 발단이었다.

지난달 22일 오키나와에서 야쿠자끼리 총을 쏘면서 싸우는 과정에서 고교 3학년 학생이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음날에는 이 사건 수사를 위해 불심검문을 하던 경찰관 2명이 사살되고 주부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25일에는 야쿠자 2명이 경찰조직의 요원들로부터 총격을 당해 1명이 죽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현행법으로는 단속은 커녕 제대로 수사도 할수 없는 한계를 느낀 경찰이 강력한 새 법을 만들어 내년부터는 적극적으로 대처키로 한 것이다.

경찰이 야쿠자 조직의 불법수익을 몰수까지 하겠다고 벼르는 것은 이들의 「검은 수입」이 엄청나 조직을 확대하고 흉기와 총기를 사들이는 원동력이 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잘 알려진대로 야쿠자들은 히로뽕 등 마약밀매에 깊이 관련돼 있고 도박업과는 공생하는 관계이다. 일본 경찰의 추산에 의하면 야쿠자 조직의 연간수입 누계는 1조3천억엔에 달하고 거물 간부급은 연간 평균 2억엔의 수입을 올린다. 그런데 그 수입의 80% 정도는 각성제 도박 등과 관련된 검은 돈이다.

이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총회꾼 활동으로 기업의 인사에까지 관여하고 있으며,금융건설 부동산 주식 그림 골프회원권 등 큰 돈이 오가는 데에는 예외없이 촉수를 뻗치고 있다. 심지어는 교통사고 등 민사사건 당사자끼리의 합의과정에도 관여해 보상금 배상금 등을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이들은 합법적으로 회사를 만들어 동업자들을 협박해 이권을 빼앗는 방식으로도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최근 오사카 굴지의 섬유회사 주식의 상당량이 야마구치조의 고위간부가 설립한 회사로 넘어간 것도 전형적인 기업협박 사례의 하나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기업에 대한 조사에서 60% 이상이 강력한 새 법 제정을 원했다고 밝혔는데 조사대상의 40% 정도가 야쿠자의 협박에 못이겨 돈을 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기소지의 처벌을 강화하려는 것도 현행 총포·도검류 단속법으로는 실효가 없기 때문이다. 예전의 야쿠자처럼 「신의」를 앞세우던 것은 기대할 수 없게 됐을뿐 아니라 권총 한자루가 단원 10명 몫을 한다는 생각이 보편화돼 있어 총기사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일본의 야쿠자 조직수는 3천1백55개,단원수는 8만7천2백6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성기였던 지난 63년의 5천2백16단체 18만4천91명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었고 조직의 광역화 계열화로 지방의 군소조직이 많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나 흉포성은 몇배나 심해졌다는 것이 일본 경찰의 얘기이다.

그많은 조직 가운데도 야마구치 이나가와(도천) 스미요시(주길)조 등 3대 조직이 단원수의 40%를 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항구도시 고베(신호)를 중심으로 한 야마구치조의 세력이 가장 강대해 「야쿠자 4명중 1명은 야마구치 식구」란 말이 있을 정도이다.

법도 새로 만들고 특별차량 등 단속장비도 새로 구입하겠다는 일본 경찰의 폭력배 소탕의욕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조직폭력배들에게 시달리는 한국인들로서는 특별한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동경=문창재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