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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보수로 회귀하는가/비상선포 요구등 잇단 강성기류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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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보수로 회귀하는가/비상선포 요구등 잇단 강성기류 안팎

입력
199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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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위기」 틈탄 세력확장 공세/개혁속도 영향… 고 입지는 불변/식량난·분리독립 향방이 보혁갈림길일단의 인민대표회의 대의원들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에 대한 비상사태 선포요구 및 구국위원회 결성,야조프 국방장관 등 군부의 정치개입설,내무부 장·차관에 강경인물 기용 등 최근 일련의 상황을 놓고 소련이 과연 보수쪽으로 회귀하느냐 하는 물음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인민대표회의내 강경 보수집단인 소유즈(연합)그룹은 5일 구국위원회를 결성하고 소련의 당면한 문제들을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할 경우 권한을 구국위에 넘기도록 요구하면서 군부가 현 상황타개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회와 정당의 활동을 중지시킬 것도 요구하고 나섰다.

야조프 국방장관도 지난주 고르바초프로부터 군의 발포권을 승인받은데 이어 이날 소련보안군 장교단 모임에서 국가의 방위를 수호하기 위해 군이 모든 필요한 수단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이자 키예프군구 사령관으로 급진개혁파로부터 쿠데타를 주도할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그라모프 신임 내무차관도 소비예츠 카야로시아지와의 회견에서 소련의 현 상황이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으며 이미 그 한계에 도달해 있다고 전제하면서 책임과 결연한 의지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발언들을 액면 그대로 해석,곧바로 고르바초프가 보수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이런 동향이 정권 핵심세력의 외곽이나 소외된 집단이 가속화되고 있는 일부 공화국의 분리독립 움직임과 경제난국 등 위기를 틈타 자신들의 세확장 및 발언권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한만큼 고르바초프의 개혁행보에 장애가 될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소련사회의 중추라 할 수 있는 군부의 동요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고르바초프의 진로에 걸림돌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야조프등 군지휘부가 고르바초프에게 충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를 확신하는 고르바초프 자신이 이미 『쿠데타의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확언했지만 군부내 일부 보수세력들의 반발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소련군 지도부는 올들어 징집기피가 급증하고 4천3백명의 탈영병이 발생했으며 1백1명의 장교들이 인종분규나 분리독립 움직임에 휘말려 사망하는 등 군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는 데 위기를 느끼고 있다.

실제로 일부 군사시설에 대한 방화나 군인들에 대한 테러 등이 자행되고 있으며 발트 3국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공에서는 아예 연방군을 인정조차 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올들어 징집에 응하고 있는 현황을 보면 리투아니아 30%,에스토니아 40%,그루지야 27%,아르메니아 7.5% 등에 지나지 않을 정도다.

이와 함께 17만∼30만명의 장교들이 주택을 구하지 못해 텐트나 열차의 화물칸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국방예산의 감축으로 봉급도 평균수준 이하로 떨어져 불만이 극도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보수파 군지휘관들은 군부내 반발을 업고 차제에 군이 정치전면에 나서 현 난국을 수습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주재 서방대사관의 무관들도 최근 소련군부의 분위기로 볼때 연방에서 이탈하고 있는 일부 공화국을 장악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계엄령선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레이건 전 미대통령도 5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계엄령이란 극한 처방을 써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을 정도다.

옐친 러시아공 최고회의 의장 역시 이점을 간파한 듯 이날 모스크바의 데르친스키 군사학교 1백70회 개교기념식에 참석,소련군이 쿠데타를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경고하면서 군이 투입될 경우 소련은 내전에 휩싸여 커다란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진개혁파들도 군이 정치에 개입할 경우 자신들은 물론 고르바초프의 온건 개혁세력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한만큼 고르바초프를 몰아세우던 개혁의 속도에 어느 정도 완급을 조절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에 대한 급진·보수 양파의 비판에도 불구,그의 권위가 결코 흔들리지 않고 있음은 이미 대통령권한을 더욱 확대·강화하는 내용의 연방정부 개편안이 지난 4일 연방 최고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된데서 증명되고 있다.

어떤든간에 현 소련의 정치는 고르바초프체제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연방의 사활이 걸린 신연방조약 체결에는 비록 시간이 걸릴 수는 있으나 아직은 고르바초프가 자신의 개혁정책을 펴 갈 여지와 기반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 겨울에 들어서면서부터 밀어닥치기 시작한 식량난 등 경제난국을 어떻게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또 분리독립 움직임을 둘러싸고 돌발적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유혈사태나 군부일각의 반란을 슬기롭게 수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2가지 문제가 최대의 관심거리이기도 하다.

『고르바초프는 과거보다 더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 겨울이 추워지면 추워질수록 고르바초프의 발밑을 받치고 있는 얼음의 두께는 얇아질 것이다』 모스크바주재 한 서방외교관의 이같은 표현은 현재 고르바초프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비유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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