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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호황에 제조업 공동현상(인력난… 야단났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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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호황에 제조업 공동현상(인력난… 야단났다:3)

입력
199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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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락산업등 “쉽게 고소득”/근로의욕 감퇴… 전직열풍/호스티스등 한달수입 수백만원까지/광공업 유출인력 93.1%가 서비스로『지금도 여기에 자리가 나면 꼭 연락을 해달라는 옛날 공장동료들이 여럿 있습니다』

2년간 다니던 서울 구로공단의 봉제공장을 그만두고 지난 88년부터 경기도 Y골프장의 캐디로 일하고 있는 박모양(21)은 자신의 「선구자적」변신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양은 놀랍게도 현재 월수입이 1백50만∼2백만원에 이르고 가끔씩 하루에 팁명목으로 10만원이상을 받기도 한다고 자랑하고 있다. 보통골프장 18홀을 5시간정도 돌고나면 2만5천∼5만원의 팁을 받게되는 것이 상례이지만 요즘은 소위 졸부들이 평일에 나와 내기골프를 치면서 거액의 팁을 뿌리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박양은 이런 추세대로 돈을 모은다면 앞으로 3년후쯤이면 자신의 꿈인 조그만 카페를 개업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지방에서 상고를 졸업하고 상경,공장생활을 하다 고향선배의 전직제의로 망설임 끝에 어려운 결단을 내렸지만 지금은 자신의 선택에 추호도 후회가 없다는 박양은 『이곳에만도 나와같은 공장출신이 20명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아파트에 승용차 굴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K룸살롱. 1백50여평 넓이에 8개의 룸을 갖추고 이태리제조명시설과 실내분수대까지 완비한 이 초호화판 룸살롱에는 20대 초반의 호스티스 1백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1천만원이상의 개인 외상장부를 관리하고 있으며 월수가 2백만∼4백만원에 달한다.

또 그중 일부는 자신이 사들인 아파트에 살며 고급승용차까지 굴리고 있다.

이곳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려면 일단 수백만원의 권리금을 업주에게 내야하고 고졸이상에다 외모도 빼어나야 하고 술도 잘마셔야 하는등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지만 늘 소개 또는 개인연줄을 통해 수많은 지원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국내 서비스산업의 호황과 이상비대가 기존 제조업체인력과 이농인구를 마구잡이로 흡수,인력수급구조를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 10여년동안 계속된 과소비풍조에 편승해 사치·향락산업을 중심으로 거의 무제한적 성장행진을 계속해온 서비스산업은 근로자들의 가치관을 뒤집어 놓으며 우리의 산업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호황은 어디서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밤에 거리에 나서면 날마다 늘어가는 카페 룸살롱 사우나 디스코테크 대형음식점 등의 휘황한 네온사인과 그 규모가 점점 커지는 대규모 레저타운 콘도 골프장등.

○팁지출액 2천5백억

또 『아무개가 공장을 그만두고 고급사우나에 떼밀이로 들어갔는데 지금은 한달에 1백만원도 넘게 번다더라』는 류의 한때 거짓말 같았던 소문은 이제 더이상 낯선 얘기가 아니다.

경제기획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같은 소위 오락 및 문화서비스분야의 1인당 월임금총액은 74만7천원으로 생산직의 43만4천원보다 1.7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10.2%로 제조업의 2.5%에 비해 4배이상 높았다.

또 한은이 발표한 「89국민소득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유흥·레저업종에서 팁으로 지출된 총액수가 2천5백48억7천3백만원으로 지난 88년 2천1백65억9천8백만원보다 17.7%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액수는 한은이 지난 83년 처음으로 팁규모를 공식추정한 이후 최대규모다. 그런데 이 액수는 영수증액수만을 토대로 추계한 것이어서 실제액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인력이 특별한 기술없이 쉽게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오락문화서비스분야로 몰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서울 구로공단의 삼보인쇄(주)에서는 최근 2년 경력의 남자기술자 1명이 갑자기 사표를 던져 임원들이 적잖이 당황했다.

요즘도 인력난때문에 근로자가 10여명이상이 부족한 판에 기술자 1명이 나간다는 것은 회사로서는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공원은 『미용실에 취직하려 한다』고 해 또한번 주위의 놀라움을 샀다. 그는 『명동이나 압구정동등지의 대형미장원에 들어가 손님을 제대로 만나기만하면 한번에 수만원씩의 팁을 받을 수 있다』며 『미용사자격증만 따면 일자리는 친척어른이 알선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비로 미용학원에 다니고 있다.

충남의 의류업체인 성지물산은 지난 9월 일손을 구하기 위해 도내 벽지고등학교를 순회하며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유치작업을 벌였으나 별무성과였다.

○고용증가율 상호역전

이 회사 노무담당자가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근무조건을 설명해 주는데 학생들이 『서울에서 웨이터로 일해도 월급이 훨씬 많은데 뭐하러 실밥먹으면서 고생하느냐』고 해 답변을 못하고 돌아왔다. 우리나라의 산업부문별 고용증가율은 지난해 서비스분야가 제조업분야를 추월함으로써 이같은 분위기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지난해 노동동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용증가율이 제조업은 3.7%에 머물고 있으나 서비스분야가 6.2%의 증가세를 기록,사상 처음으로 양부문의 고용증가 추세가 상호역전되는 현상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연평균 노동이동률은 제조업이 7.2%,서비스업이 3.7%로 서비스종사자들의 직업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 지난해 광공업 및 농림어업부문에서 빠져나간 인력들 가운데 각각 93.1%와 65.5%가 서비스부문으로 유입됐다는 경제기획원의 통계는 서비스업 선호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비스산업으로의 노동인력집중현상은 이 부문의 지속적인 활황에 힘입은 인력수요의 확대창출이라는 구조속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최근 노동가치관의 급격한 변화도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전반적 생활수준 및 교육수준의 향상으로 임금수준보다는 노동강도,작업환경,작업시간선택의 유연성 등 근로조건에 더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

따라서 임금을 다소간 손해보는 한이 있어도 작업환경이 쾌적하고 개인시간을 비교적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업쪽으로 인력이 몰리게된다는 설명이다.

불과 몇년새 백화점이나 대형슈퍼마켓의 식품매장에는 조리시범 또는 시식회를 벌이고 있는 업체별 판촉여사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고졸자들로 현재 제일제당(주) 오뚜기(주) 미원 등 7개 대형식품 업체의 소속인원만도 6천1백명에 달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판촉여사원들을 추천을 통해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면접시험등을 거쳐 공채로 선발하는데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져 올들어서는 평균 10대1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재벌까지 레저산업에

우리나라 재벌들도 최근 골프장 호텔 레저타운 유원지 등 레저산업에 대한 진출을 강화함으로써 이부문의 대형화·고급화를 더욱 부추겼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입장이다.

수출부진 심화와 정부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규제강화로 어려움을 겪던 재벌들이 재테크의 일환으로 수익성이 높은 레저산업에 속속 뛰어들며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 은행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삼성 럭키금성 쌍용 대림 등 9개 그룹이 운영하고있는 골프장의 면적은 총 5백57만평에 달하고 있고 19개 재벌그룹이 호텔 30개·스포츠시설 3개·휴양시설 및 유원지 3개·콘도 1개 등 모두 37개의 관광레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현재 레저산업진출을 추진중인 재벌그룹도 8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국내서비스산업의 이상비대와 인력수급불균형현상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원칙론 이외의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경제학과 정영일교수는 『부동산투기·지하경제등 불로소득의 기회가 온존하며 손쉽게 돈을 벌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상태에서 노동인력이 제조업보다 서비스계통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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