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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유화손짓… 전운 걷힐까/철군·유전할양 교환등 잇단 제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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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유화손짓… 전운 걷힐까/철군·유전할양 교환등 잇단 제스처

입력
199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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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빈손철수 아니면 체면 유지”/“반전” 시달리는 미 수락 가능성/미 매파 「조건붙는 협상반대」가 변수로유엔이 내년 1월15일을 철수시한으로 한 대 이라크 무력제재 결의안을 승인한 후 이라크의 협상용의 제스처가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물론 미국은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의 교환방문이란 협상방안을 밝힌 후에도 이라크의 선 철수를 전제조건으로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의 잦은 협상신호나 미국의 「무반응」은 오히려 공개협상을 앞둔 마지막 신경전이며 더 나아가서는 양측간에 막후에서 이미 얘기가 오가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하다.

때마침 4일 영국의 한 방송이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복안으로 알려진 평화안을 보도한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위성중계 뉴스전문인 영국의 스카이뉴스 TV는 이날 후세인 대통령이 서방국의 이라크 불침보장을 전제로 루마일라 유전을 제외한 쿠웨이트로부터의 철군,알·사바왕정 복고 등 조건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방송은 또 베이커 미 국무장관의 바그다드 방문시 이 조건을 놓고 양측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날 장·피에르·슈베느망 불 국방장관도 『전쟁을 피할 기회가 있다면 모색해야 한다』며 『후세인이 쿠웨이트 철군을 선언할 경우 쿠웨이트 종전 국경선을 재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조건제시의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이라크가 쿠웨이트 철수·왕정복고·인질석방을 이행하면 이라크에 대한 공격배제를 제안하고 후세인 집권을 보장할 태세가 돼 있다는 4일자 영 가디언지 보도 역시 무력이라는 「최후수단」에 앞서 이러한 막후협상이 활발이 전개되고 있을 가능성을 짙게 시사해 주는 것이다.

이라크의 루마일라 유전등을 제외한 철수용의는 페만사태 발생 초기부터 있어 왔지만 협상분위기와 맞물려 그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루마일라 유전지대는 1차대전 이전 쿠웨이트 자체가 자국의 영토였다는 이라크측의 주장이나 역사적 뒷받침은 차치하고라도 대부분이 이라크에 있고 불과 국경으로부터 3.2㎞에 걸쳐 쿠웨이트쪽에 위치해 있다.

이 유전지대에 쿠웨이트가 시추공을 박아 연간 3억달러 이상의 원유를 도굴했다는게 이라크의 주장이다.

이라크로서는 페만으로의 접근로상에 있는 와르바,부비얀 등 두섬도 전략 가치상 쉽사리 포기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최소한 루마일라유전이라도 확보하면 사태이후 정권유지에 급급해야할 후세인의 「체면」은 세워진다고 볼 수 있다.

또 주변국도 그 정도는 양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후세인은 두섬에 대해서는 복고된 쿠웨이트 왕정으로부터 임대하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이라크가 쿠웨이트에 구축한 방어형태를 살펴보더라고 루마일라에 대한 이라크의 애착이 그대로 설명된다.

부미얀등에는 예비사단을 배치한 대신 루마일라에는 15개 사단규모의 최정예공화국 수비대를 밀집투입,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편 쿠웨이트 망명정부의 태도도 주목된다. 쿠웨이트 정부는 그간 이라크 축출을 위한 무력사용을 거듭 촉구하면서도 이라크와의 협상을 수용하겠다는 이중적 자세를 취해왔다. 특히 최근 한각료는 『이라크 침공 이전에도 이미 영토문제에 대해 이라크와 협상하려 했다』고 전제,루마일라등 분쟁지역을 이라크측에 할양할 가능성마저 시사했었다.

따라서 문제는 무조건철수를 요구해온 미국이 후세인의 안을 수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간 미국이 보여온 결의로서는 「패배가 분명한 협상안」이기 때문이다.

미국내 매파여론을 리드하고 있는 헨리·키신저 전국무장관은 『조건이 붙는 협상을 할바에 뭣하러 40만명씩이나 파병할 필요가 있느냐』고 행정부를 공박했다.

이는 후세인 정권을 존속시키면 중동지역의 불안요인이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또 이라크의 위협을 두려워하는 사우디,이집트 등의 군비증강도 계속돼 세계평화 기류가 형성되는 시점에도 이 지역은 계속해 「세계의 화약고」로 남게된다.

알·사바왕정이 복고되더라도 이미 점령 5개월째 접어든 이라크측이 그간 팔레스타인등 친 이라크계 아랍인의 이주정책을 지속해와 왕정이 쉽게 붕괴되고 그 여파가 사우디등 주변 절대군주제국가에 전해질 우려도 높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현실이 꼭 미국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국내에서는 반전기운이 고조되면서 심각한 의회의견제를 받고 있다.

인질문제만 하더라도 공동대응이라는 사전약속은 깨진지 오래다. 각국들이 앞다투어 정부차원이 아닌 민간특사 형식의 유력인사를 파견,개별적으로 자국인을 귀국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볼 때 『우선 이라크가 무조건 철수한 후 주권독립국인 쿠웨이트가 어떻게 할지는 미국 권한밖』이라는 한 미 국무부 고위관리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양측의 막후협상이 이처럼 서로의 체면을 살려주고 사후보장을 약속하는 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볼 수 있다.<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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