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외국을 상대로 벌이는 것이 상식이지만 가끔 국내문제가 그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악명높은 조직범죄집단 마피아에 대해 1983년 로널드·레이건 대통령이 선전포고를 한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밤의 정부」「그늘의 정부」라는 말도 있고 「내부의 적」이라는 표현까지 있다가보니 연방수사국(FBI)의 마피아 소탕전은 「국내전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악의 대명사인 마피아에 대해 3년전쟁이 선포된 뒤 2년간의 추적끝에 FBI는 9명의 대부를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FBI가 마피아 두목의 자동차에 도청장치를 달아 그들이 주고받은 대화를 1백시간 가까이 녹음함으로써 전모를 파악하여 각 지역 두목들을 일망타진하는 전과를 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88년 조지·부시 대통령이 선포한 마약전쟁의 중간결산은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비참할만큼 초라한 전과」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12월3일자에서 이 전쟁은 선포 2년만에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바로 앞동네서 구입한 마약봉지를 흔들어 대면서 전국 TV방송을 통해 마약전쟁을 선포하고 국방부는 마약밀매조직을 소탕한다고 항공모함을 콜롬비아연안에 급파하는등 대단한 결의를 보였지만 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국민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까맣게 잊고 있다고 타임지는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는 그동안 수십억달러를 들여 백만명에 가까운 마약사범을 검거했다면서 「승리는 시간문제」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타임지는 전국 주요도시의 현장취재 보도를 통해 백인중산층의 약물남용은 다소 줄었으나 빈민층이나 유색인종의 마약사용은 증가일로에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그래서 일선의 단속경찰이나 일반 시민들은 정부가 섣불리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터에서 철수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만일 연방정부가 완전승리를 거두지 못한채 마약전쟁을 종결짓는다면 역사상 두번째의 패배를 기록할 것이라는 것이다.
1973년 리처드·닉슨 대통령은 콜롬비아의 「코카인 카우보이」들이 미국침투를 위한 교두보를 설치하고 있는데도 「미국은 마약의 위협을 극복했다」고 종전을 선언함으로써 첫 패배를 기록한 것이다.
지금 부시 정부가 마약전쟁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페르시아만 사태나 경기침체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마약전쟁의 최고사령부가 딴곳에 정신이 팔려 전의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타임지는 지적하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지난 10월13일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지 50여일이 지난 지금 중간전과는 어떻게 평가해야할 것인가. 정부의 주장대로 외형적으로는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쟁의 교전당사자인 판사 검사가 폭력배와 의좋게 술자리를 함께하고 일본의 범죄조직인 야쿠자가 70여명씩 떼를 지어 겁도없이 전쟁터에 나타나는 상황을 두고 전시의 비상분위기로 알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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