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노력 「신유럽」으로 돌릴 듯/동독인 자본주의화 최대 난제지난 2일 실시된 통일독일의 최초총선에서 헬무트·콜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민·자민연정이 승리함으로써 「거대독일」은 출생신고를 완전히 끝내고 새국가로서 걸음마를 시작했다.
5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통일 관련 한독 국제학술대회에 참석차 방문한 독일의 마인하르트·미겔박사(본 학술연구센터·사회경제학)와 폴커·그란조프박사(베를린대·사회정치학)는 이번 총선 결과를 『통일을 주도한 콜 총리와 한스·디트리히·겐셔 외무장관에 대한 독일 국민의 선물』이라고 진단했다.
4일 낮 플라자 호텔에서 학술대회 설명을 겸한 기자회견을 가진 두 교수는 『총선에서 콜 총리가 승리하기는 했으나 현 정권의 입지가 강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하고 『동서독이 모든 면에서 완전한 공동체가 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미겔박사는 「통일독일의 경제·사회전망」,그란조프박사는 「독일통일에 관한 정치적 관점」이란 제목의 논문을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두 교수와의 회견내용이다.<편집자주>편집자주>
먼저 이번 독일총선 결과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그란조프=기민·기사(CDU·CSU) 동맹이 승리한 것은 예상됐던 결과로 이는 통일에 절대적 공을 세운 콜 총리에 대한 국민의 선물이다. 콜 총리의 연정파트너인 자민당(FDP)이 급부상한 것 역시 겐셔 외무장관에 대한 지지의 결과이다. 야당인 사민당(SPD)은 총리 후보 라퐁텐의 국내외 정책이 호소력을 상실,패배했다.
의회 진출에 실패한 서독 녹색당은 비슷한 노선을 표방한 민사당(PDS) 등에 표가 분산돼 참패했다.
▲미겔=집권 기민·기사 동맹이 승리하기는 했으나 지지율은 87년 총선보다 1.3% 감소했기 때문에 콜 정부의 입지는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
구 동독 공산당인 민사당은 동독지역에서 9%의 지지를 받아 의회에 진출하기는 했으나 지지율이 3월 총선보다 크게 떨어졌다. 민사당의 장래에 대한 전망은.
▲미겔=장기적으로 볼 때 민사당 운영은 비관적이다. 차기 총선부터는 민사당이 독일 전체에서 5%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만 의회에 진출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 같다.
▲그란조프=민사당 내부 사정을 보더라도 미겔박사의 예측은 타당한 것이다.
민사당 당원은 1년 사이 2백30만명에서 3천명으로 곤두박질 했으며 개혁적인 지도파와 보수적인 당원사이에 갈등이 심각하다.
이번 총선결과로 독일의 대외정책,특히 대 유럽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미겔=독일은 통일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내부문제에 돌렸던 관심과 노력을 이제 유럽으로 돌릴 것이다. 즉 「유럽안에서의 독일」이라는 전통적 노선으로 되돌아와 EC 통합,유럽의 안보구조개편,우루과이라운드문제 등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다. 동구 지원문제도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 미국·캐나다 등을 끌어들여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
사실 콜 정부는 총선에서 농민표를 의식,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소극적이었지만 GATT체제를 위협하면서까지 독일농민 의사를 보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 총선으로 집권 연정내에서 겐셔 외무장관의 발언권이 강화됨에 따라 독일이 새로운 유럽공동안보체(CSCE) 구축과 동서 단거리핵무기 감축 등 소련구상에 적극 호응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겔=서유럽 군사동맹체인 나토가 전유럽안보체인 CSCE에 흡수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은 독일정부도 동의하고 있다. 다만 CSCE 구상은 아직은 추상적인 단계에서 머물고 있다. 서독배치 단거리 핵무기 폐기문제도 소련과 합의된 사항이다.
독일군의 해외파병을 위한 헌법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그 전망은.
▲그란조프=헌법 개정 문제는 해외에서 독일 주권이 침해받을 경우와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사민당과 자민당 등이 제기하고 있다. 아직 논의단계에 머물고 있으나 개인적으로 개정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미겔=현재 일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어 아시아 주변국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나 이는 독일 경우와 정반대의 상황이다.
독일은 해외파병 의사가 없으나 주변 EC국가들이 해외파병을 권유하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 동서독 통합작업은 이제 시작단계이고 비관적인 전망도 많은데.
▲미겔=동독의 경제수준을 서독과 같도록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오는 2천년까지 1조마르크가 소요되리라는 계산이다. 현재 서독의 경제성장률을 매년 6%로 계산하면 1년에 1천5백억마르크가 되는데 이 돈을 동독 재건비용으로 쓴다는게 정부계획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2년내 연방은행에서 증세문제를 거론하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같은 물질적 격차 해소보다는 동독인들의 사고를 자본주의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현재 독일정부는 동독관리들을 서독에서 재교육을 시키거나 반대로 동독지역에 서독관리를 파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동서독간의 정신적 장벽을 허무는데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동서독인이 언어·문화 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는 매우 낙관적이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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