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6공출범 후 세 번째,금년 들어 두 번째로 흉악범들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이같은 신속한 조치는 사형선고 후에도 집행을 미뤄오던 과거의 예에 비추어 날로 발호하고 있는 흉악강력범들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대처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일반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회의와 공포감을 덜어주겠다는 자세도 포함된 것 같다.이번에 사형이 집행된 흉악범 5명은 1명의 존속살인 및 방화치사미수범을 제외하고는 모두 강도살인 및 강도강간범들이어서 흉악범들을 극형에 처하라고 비등하는 여론에 부응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행형제도의 목적은 교화가 앞서고 응징이 뒤따르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요즘처럼 흉악범들이 날뛰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신속한 응징의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사형집행은 확정판결 4개월 안에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명령을 요청하고,장관은 6개월 안에 명령을 내리며 명령 5일 안에 집행토록 되어 있으나 훈시규정에 불과,역대장관들이 사형명령을 꺼려 집행이 유보되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런 전례로 따져볼 때 이번 집행은 정말 이례적인 것이고 당국의 사정도 그만큼 화급했음을 짐작키가 어렵지 않다. 사실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중인데도 양평 일가족 살인·생매장사건,화성 연쇄살인사건,세무사 살인사건 등 흉악강력사건이 빈발,그 대책에 골몰해왔던 것이다.
우리는 이번 집행을 일단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우려할 만한 새로운 사태 앞에서 당국에 몇 가지 또다른 걱정과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첫째는 흉악강력범일수록 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사건이 저질러진 뒤의 극형 집행이 응징과 경고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피해자의 생명·재산이라는 직접 피해와 사회불안과 공포라는 엄청난 간접피해를 결코 되돌릴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당국은 범죄란 언제나 예방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보다 성의있는 예방활동과 재범방지대책을 먼저 실천할 것을 지적하는 바이다.
두 번째로는 이 사회에 만연된 폭력문화를 추방하는 데 앞장서야 할 책임을 당국이 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따져보면 사회의 온갖 부문에서 법과 양심보다는 힘과 돈이 앞서는 세태이다.
이같은 세태를 결과적으로 방치하기에 이르면서 온갖 범죄가 돋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법 집행의 미흡이나 편파성으로 비롯된 폭력·범죄다발사태나 폭력·외설물이 범람하도록 방치한 허술한 정신환경대책,사회지도층의 빈번한 탈법선례 등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끝으로 지적할 가장 심각한 사태가 최근 판·검사들의 술좌석 폭력배 합석사건 등으로 상징되는 단속기관과 범죄집단과의 유착의혹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면 누가 누구를 단속하고 또 믿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게 된다. 이번 기회에 썩은 가지는 과감히 잘라내어 일할 태세부터 먼저 갖추고 국민들의 신뢰도 아울러 회복해주길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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